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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시론] SNS 위험은 황색언론 탓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 min@khcu.ac.kr

자살을 암시하는 그녀의 글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깜짝 놀란 사람들은 그녀에게 만류와 위안의 글을 띄웠고, 그녀의 소재 파악을 위한 리트윗을 수없이 날렸다. 

다음날 그녀는 자신이 무사하다는 글을 다시 트위터에 올렸다. 인기 스포츠 아나운서 송지선씨의 사건은 여기서 일단락되는 듯싶었다. 여느 때처럼 사람들은 트위터를 통해 또 다른 뉴스를 전하고,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누며 수다를 떨었다. 

여느 때처럼 인터넷을 뒤지며 선정적인 기삿거리를 찾던 황색 언론이 송지선씨의 트위터 글을 발견했다. 그들은 여느 때처럼 그녀의 뒤를 캐기 시작했고, 유명 프로야구 선수와의 염문설을 기사로 쏟아냈다. 여느 때처럼 이 기사들은 포털 메인 페이지를 장식했으며, 여느 때처럼 네티즌들은 그것을 클릭해 읽고, SNS로 퍼 날랐다. 그 이후 그녀의 비극적인 자살로 이어졌다.

여느 때처럼 언론은 이 비극적 사건의 책임자를 찾기 시작했다. 여느 때처럼 인터넷이 주범으로 지목됐다. SNS를 통해 사생활이 파헤쳐지고, 악성 게시글이 유포된 것이 그녀를 자살로 몰아갔단다. 여느 때처럼 SNS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전문가란 이들의 견해도 덧붙여진다. 
마녀사냥에 가깝도록 그녀의 사생활을 기사로 까발렸던 황색 언론들이 이번에는 SNS를 향해 또 다른 마녀사냥에 나섰다. 여느 때처럼 스스로에게는 면죄부를 부여한 채 말이다.

그들이 말하는 SNS의 위험성이란 것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인신공격형 악성 게시글, 오보와 유언비어의 빠른 확산, 프라이버시 침해이다. 얼핏 보면 송지선씨 사건 속에는 이 모든 문제가 다 녹아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지적이다. 
 

[여적]유언비어의 사회학 l 출처 :경향DB


사실 SNS는 인터넷의 다른 어떤 공간보다도 오히려 악성 게시글의 영향력이 미약한 구조이다. SNS에 올라온 글의 사회적 파급력은 그 글을 올린 사람이 갖고 있는 연결망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만약 누군가 빈번하게 악성 게시글을 올린다면 그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점점 외면당해 연결망이 줄어든다. 결국 아무리 SNS에 악성 게시글을 잔뜩 올려봤자 듣는 이 없는 고립된 섬에서 혼자 떠드는 꼴이 되어 별반 사회적 파급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오보와 유언비어 역시 마찬가지다. SNS는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쓰고 퍼 나를 수 있는 곳이기에 오보와 유언비어가 유포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하지만 SNS만큼 오보와 유언비어를 다수가 집단적으로 검증하고 빠르게 교정하는 매체도 없다. 오보와 유언비어가 확산되는 속도보다 이를 바로잡고 정확한 정보를 확산시키려는 선한 집단의지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곳이 바로 SNS이다.

SNS에서의 프라이버시 문제도 다른 인터넷 공간과는 성격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에서의 프라이버시 침해란 자신과 관련된 정보의 통제권 박탈을 의미한다. 

즉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의지와 무관하게 나의 정보가 누군가에 의해 유출되고 열람되고 조작되는 상황이다. 반면 SNS에서는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자기 스스로 공개한다. 

물론 스스로 공개한 자기 정보가 예기치 못한 부메랑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위험이 있다. 그러나 이는 자기 정보 통제권의 박탈이 아니라 자기 정보의 부주의한 관리가 원인이다. SNS는 다른 인터넷 공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기정보 통제권이 보장되는 곳이다.

정작 위험한 것은 SNS가 아니라 선정적인 뉴스 장사에 SNS를 이용하는 황색 언론이다. 고립된 섬에서 혼자 떠드는 악성 게시글을 버젓이 신문 지면에 끌어 올리고, 오보와 유언비어를 검증하고 교정하려는 SNS의 집단의지보다 더 발 빠르게 이를 사실인 양 기사화하고,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글을 굳이 공론장으로 끄집어내 일을 크게 벌이는 황색 언론이야말로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그 모든 자신의 문제를 SNS탓으로 돌리니 황색 언론은 몰염치하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