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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칼럼]2기 방통위에 바란다


정인숙 | 경원대 교수·신문방송학


2008년 3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임기 3년이 지나가고 다시 2기 위원회의 업무가 시작되었다. 지난 3년간 방통위는 212차례의 위원회 회의를 거치며 월평균 24건의 많은 안건들을 처리하였다.

그렇게 많은 안건들을 의결하며 과연 방통위는 설치법에 나와 있는 목적대로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며’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는데 어느 정도 기여하였을까?





혹여, ‘자유’ ‘공공성’ ‘공익성’과 같은 절대 가치를 구시대적 가치로 치부하거나 산업 논리의 뒷전으로 밀어내는 정책 방향을 취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국가나 사업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민 권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정책 이슈에 대해 좀더 심사숙고하지 못하고 성급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는지, 합의제 위원회의 기본 취지를 무시하고 다수결 원칙이라는 경직된 법 논리에 매몰되어 안건들을 밀어부치지는 않았는지 한번쯤 겸허하게 되돌아볼 일이다.

1기 방통위를 통해 정부 여당은 바라는대로 방송법 개정을 이루어 냈고, 조중동 3대 신문은 종편 채널을 하나씩 꿰차는 성과를 올렸다.

1기 방통위가 종편을 잉태시켰다면 이제 2기 방통위는 종편이라는 거대 신생아의 출산을 돕고 양육까지 도맡으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규제기관이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정책 과정에 무리수를 두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고, 이용자들의 미디어 이용 행태는 한층 복잡다단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추진은 정책의 순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우며 시장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2기 방통위는 사업자, 이용자, 그리고 사회가 함께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나아갈 수 있는 거버넌스 조직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통위의 조직 운영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사회적으로 중요한 안건에 대해서는 FCC가 행하고 있는 것처럼 ‘오픈 미팅(open meeting)’ 방식을 채택해야 하며, 오픈 미팅의 안건은 사전에 충분히 공지되어야 한다.

FCC는 4월 7일 오픈 미팅의 6개 안건을 3월 17일에 이미 공지하였다. 뿐만 아니라 위원회의 회의는 설치법에서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만큼 미공개 회의록은 없어야 한다.
둘째, 방통위는 합의제 기구인 만큼 그 취지를 살려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의 경우 반드시 합의를 통해 의결에 이르기를 바라며, 그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 적어도 소수의견이라도 회의록에 남기는 형태로 운영되어야 한다.

2기 위원회가 시작되자마자 여당 추천위원은 밀어붙이고 야당 추천위원들은 퇴장하거나 기권하는 구태가 또 발생하였다.

방통위 설치법에 위원은 당원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해놓고 위원들의 행태나 위원회의 운영방식은 정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면 굳이 합의제 위원회를 두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

셋째, 위원들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방통위 설치법 제13조 3항에 ‘의원은 의안을 제의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아무리 정당 추천을 받았다하더라도 개별 위원들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정책 관련 의안을 제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위원들을 보좌할 수 있는 정책보좌관제나 연구지원제도의 도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넷째, 방통위 안건 처리의 심도성을 높여야 한다.

모든 안건을 의결 처리하거나 사안별 안건에 매몰되어 위원회가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중요한 사안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방통위의 정책목표나 비전에 부합되는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위원회 운영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하여 사무총장제의 신설도 다시 한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