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국가정보원·군·경찰 등을 동원, 수만~수십만 건의 인터넷 댓글을 작성해 여론을 조작했다. 네이버·다음카카오 등 포털과 ‘오늘의 유머’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 정부와 여당을 지지하고, 야당과 정부 비판세력은 비방하는 글들을 올렸다. 이명박 정부의 여론조작은 18대 대통령선거에까지 개입할 정도로 대담했다. 여론 조작 의혹은 19대 대선 때도 제기됐다. ‘드루킹 사건’이다.


이런 일들이 가능한 것은 인터넷 공간의 개방성·확산성 때문이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하고, 공유할 수 있다. 뉴스나 의견으로 포장된 ‘이야기’는 PC와 모바일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네이버·카카오의 하루 국내 이용자는 3000만명, 뉴스 소비는 2억건 안팎이다. 내용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나중 문제다. 우선은 믿고 읽는다. 네이버 등 포털의 뉴스운영방식과 이용자의 소비행태도 여론 조작의 빌미를 제공한다. 한국언론재단의 ‘2018 언론수용자의식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의 58%는 포털사이트 첫 화면 뉴스를, 52%는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른 뉴스를 주로 이용한다고 답했다. 포털 첫 화면은 뉴스로 채워졌고,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는 첫 화면에서 잘 보이는 곳에 배치된다. 여론 조작 세력은 이 ‘틈’을 노린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동원, 검색 순위를 조작한다. 


네이버 모바일 웹 첫 화면


여론 조작은 정치판의 일만이 아니다. 몇몇 기업들이 불리한 기사가 등장했을 때 인터넷 매체를 앞세워 유리한 기사로 포털사이트 게시 순위를 조작한다는 의혹도 있다. 이른바 ‘밀어내기’다. 


네이버가 뉴스 편집논란 해소를 위해 모바일 웹 첫 화면에서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제외키로 했다. 4일부터는 뉴스 추천 영역도 인공지능(AiRS)으로 대체한다. 실검은 여론 조작뿐 아니라 어뷰징(인기 검색어 중심의 기사 양산)을 부추겨 온 원인이다. 주로 연예기사나 흥미 위주 기사로 포털 사이트가 도배되면서 인터넷뉴스 생태계를 왜곡시켜왔다. 그런 서비스를 첫 화면에서 제외한다니 반갑다. 그런데 하려면 첫 화면에서 빼는 정도가 아니라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 자체를 중단하는 것이 옳다. 네이버가 인터넷 뉴스생태계 훼손의 주범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려면 말이다.


<김종훈 논설위원>

Posted by 미디어로그 칸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