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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여성 일자리’ 사회학적 분석을

기획기사 “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는 속보형 뉴스매체가 대거 등장한 디지털 환경에서 종이신문의 새로운 역할 찾기를 모색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신문은 하루 단위의 단발성 뉴스 생산에 주로 의존해왔다. 이 틀을 깨고 획기적이라 할 만큼 긴 호흡의 기획을 단행한 것이다. 동일한 의제에 대해 4월 말부터 한 달여를 이어오며 40여건의 보도를 했고, 앞으로도 지속할 계획이다. 의제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인 여성 일자리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그간 부족했던 사회 문제들에 관한 심층적 논의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기획은 임신, 출산, 양육의 부담과 이로 인한 차별, 취업, 직무, 승진, 임금, 일상에서의 차별, 열악한 일자리와 비정규직 문제, 성폭력, 심지어 남성중심 노동조합 내의 성차별까지 그야말로 한국 여성이 일자리를 위해 겪어야 하는 온갖 문제들을 제기한다. 또한 다양한 통계자료와 사례 제시, 인터뷰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사안에 접근한다. 통계로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임신순번제’ 같은 상상하기 어려운 사례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아직은 보완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있다. 사회학적 분석력이 필요한 기획임에도 뉴스 취재의 현상 지향성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로 인해 기획의 핵심이라 할 문제의 원인에 관해서도 겉으로 드러난 현상 이상의 분석이 많지 않다. 제시된 원인이 다양해 보이지만 요약하면 조직 내 중간관리자급 남성 상사나 동료들의 문화적 문제, 여성 관리자의 수가 적다는 정도다. 현장의 여성 취재원들이 많이 언급한 내용에 의존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일자리 문제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분석하지 못한다. 기업은 대부분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거나 사라지는 곳이다. 그곳에 여성 일자리가 부족하고 온갖 차별이 나타난다면 기업의 문제에 대한 분석은 필수적이다.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 창출이다. 자본의 일반논리 속에서 여성 일자리의 문제를 분석하지 못하면 그 근원을 파악하기 어렵다. 일부 기사는 회사의 비용절감 등의 문제를 보도하지만 간략한 언급 수준으로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경향DB)


남성중심의 문화가 부각되는 것은 우리 사회 남성중심의 문화가 기업의 경제논리와 조직 내에서 결합하여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구성원들의 일상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하는 여성들이 직면하게 되는 차별은 근저에 숨어 있는 경제적 역학이 잘 드러나지 않는 문화적 형태로 나타나기 쉽다. “직장의 숨통을 죄는 남성문화”는 궁극적으로 여성들의 직장 내 무능력, 부적응성 신화를 만들어 내며 여성 저임금 구조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이와 동시에 남성들의 “까라면 까는” 문화는 보다 활성화되어 남성 구성원들 또한 술자리 정치와 같은 과도하고 불합리한 비공식 노동을 하게 되는 기제로도 활용된다. 사회학자 알투세르적으로 말하면 성차별적 문화, 부계 및 모성 신화와 같은 문화적 문제가 기업경제의 문제와 중첩되어 있는데, 근저에는 기업경제, 즉 저비용 고효율 이윤 극대화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향이 이 문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지면의 일부에 언급될 뿐이지만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성별 임금차별, 성차별적 업무 분리는 여성의 수입이 남성보다 적은 구조를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생계는 남자의 책임’이라는 가부장적 논리”를 저임금, 여성 해고, 비정규직화 등에 악용한다고도 한다.


기업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지 못하면 대안 또한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게 된다. “남자만의 문화 바꿔야 남녀공생 가능”하다고 하여 남녀 간의 대립구도 수준으로 사안을 축소시킨다든가, “여자가 경영진이 되면 문화가 바뀔 수 있다”는 정도의 자유주의적 해결책이 고작이다. 여성인력이 많이 진출해야 하는 것은 옳지만 그것만으로 기업의 문제를 극복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 “간부급 독신녀”는 “결혼하고 아이 낳았다는 이유로 여직원이 할 일 안 하고 일찍 가버리는 일이 반복되면 윗분들은 결혼한 여자들은 다 저래라고 생각한다”고 비난한다. 여성 대 여성의 구도가 형성되고 육아는 가볍게 취급되며 ‘윗분’ 경영진의 편견은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여성이 출산과 육아로 업무에 지장을 받는다면 그것은 그녀를 비난할 일이 아니라 복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국가나 회사에 책임을 물을 일이다. 여성 관리자들도 회사의 이해에 복무하는 관리자라는 사실은 남성 관리자와 다르지 않다. 그것이 그녀들 일자리의 현실이다.


경향은 정부에 대해 여성의 생애주기별 일자리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한다.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행정조직으로 일자리를 직접 창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일자리는 결국 경제영역의 기업들이 만드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를 강력히 제기할 필요가 있다.


한동섭 | 한양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