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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시론]기로에 선 종편

채널A와 TV조선의 ‘5·18 왜곡 방송’ 여파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원로 언론인들이 종합편성채널(종편)의 허가 취소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설상가상으로 24일에는 대법원이 종편 승인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고 최종 판결했고, 27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9월부터 종편의 심사에 들어가 내년 3월에 재승인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심사에서 공익성과 공적책임, 시청자 권익 증진 등을 중점 반영할 것이라 하고, 종편의 보도과잉 편성을 막기 위한 상한선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한다.


동아투위 회원 등 원로 언론인들이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TV조선 채널A의 5.18정신 훼손에 대한 원로언론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며 종편채널 허가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경향DB)


이래저래 종편은 방송 개시 1년6개월 만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 같다. 종편은 그 심사과정에서부터 정치적 고려가 작용하여 심사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또 광고비 규모 등 시장상황은 도외시한 보수언론의 먹거리 창출이어서 출범 자체가 축복을 받지 못하였다. 게다가 의무재전송에 낮은 채널 부여, 직접광고영업, 편성권 자율화 등의 특혜로 원성이 높았다.


그리고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을 시작(2011년 12월1일)해 여러 가지 해프닝을 빚었다. 지상파와 경쟁하겠다는 호언장담과는 달리 ‘애국가 시청률(0%에 가까운 시청률)’에 턱걸이를 했고, 과감하게 투자한 드라마들은 외면을 받았다. 종편들은 제작비를 아끼는 쪽으로 선회하여 대담, 보도 위주의 편성을 하면서, 시청자 타깃도 신문의 독자를 확보하는 쪽으로 돌려 정파성에 치우쳤다. 종편 4개사의 연령별 시청자 구성비를 보면 10대, 20대, 30대는 극히 미미하고 40대에서 조금 늘지만, 50대 이상이 72.8%(채널A)에서 73.7%(MBN), 80.2%(TV조선)를 차지한다. JTBC는 드라마 덕분에 10대 3.5%, 20대 8.3%, 30대 11.8%, 40대 23.2%, 50대 이상 52.5%의 분포를 보이지만, 종편의 주시청층이 50대 이상, 보수신문의 독자들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광고주에게는 매력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종편들은 작년에 적자를 많이 보았다. JTBC는 2012년 매출액이 642억원에 당기순손실이 1326억원이나 됐고, 사실상 보도 채널 수준으로 후퇴한 MBN은 628억원 매출에 당기순손실이 256억원이었다. 채널A와 TV조선은 각각 매출액이 480억원과 513억원, 당기순손실이 619억원과 554억원으로 출혈이 컸다. 그래서 금년 들어서는 제작비를 극력 억제하면서 적자폭도 줄어들고 있고 개중에는 월별 손익을 맞춘 종편도 나왔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이대로 가면 생존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던 모양이다. 광고주들에게 “그동안 많이 참았다. 이제부터는 각오하라”고 겁박을 하는 영업 행태도 나타난다고 하고, 프로그램 진행자들도 윤리 감각이 해이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5·18 왜곡 방송’ 같은 잘못이 빚어졌다고 하겠다. 종편들의 이러한 행태로는 방통위의 재승인 심사를 통과하기 힘들다. 방송 사상 처음으로, 재승인에서 탈락해 문을 닫는 방송사가 나올 것이다. 종편들은 지금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천자에게 잘못이 있을 때 이를 간쟁하고, 나라의 이해득실에 대해 바른 말을 하는 관리를 간관(諫官)이라 했다. 오늘날의 언론이다. 송나라 때에 전곤군(錢昆君)이 간관 6인의 이름을 현판에 새겨 걸어두었는데, 사마광(司馬光)은 그 나무판이 멸실될까 우려하여 돌에 새겼다. 사람들이 그 이름을 낱낱이 손가락질하면서 누구는 충직했다(某也忠), 누구는 속였다(某也詐), 누구는 곧았다(某也直), 누구는 바르지 않았다(某也曲) 평하게 함이었다.


우리도 종편들의 이름을 돌에 새겨 여론과 역사가 얼마나 추상같은지 알게 하고, 방송평가와 재허가 승인 과정도 눈을 부릅뜨고 주시해야 하겠다.


김민기 |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