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6일 매일경제신문사의 종합편성채널 사업을 승인하면서 종편 4개사에 대한 사업 승인이 완료됐다.
종편이 하반기에 방송을 개시하려면 6~7월부터 광고 영업을 시작해야 하지만 방송광고 판매 대행사(미디어렙)에 관한 제도는 미비한 상태다.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렙 법안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종편 광고 시장은 사실상 무법지대가 된다.
입법을 미뤄오던 정치권은 6월 국회를 앞두고 기존에 발의된 법률안 재검토에 본격 착수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민주당 의원들은 13일 오후 워크숍을 열고 미디어렙 법안의 쟁점 사안에 관한 이견들을 조율할 예정이다.
미디어렙 법안 제·개정 문제는 2008년 12월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독점 체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대두됐다. 2009년 12월 법률 개정 시한이 만료된 후 코바코는 방통위가 발표한 ‘임시 운영 권고안’을 토대로 광고 판매를 대행하고 있다.
여야 정당들은 6월 중으로 미디어렙 법안을 의결한다는 목표지만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종편이 광고 영업을 미디어렙에 위탁하도록 법률로 강제할 것인지 여부다. 현재 발의된 관련 법안 6개 중 한나라당 한선교, 진성호, 이정현 의원이 각각 발의한 방송법 일부 개정안들은 모두 종편을 미디어렙에서 제외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종편이 미디어렙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전병헌 의원이 발의한 방송광고 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안은 미디어렙의 위탁 대상 매체를 지상파와 보도전문채널, 종편으로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종편 직접 광고 불가’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세 가지 정도 안을 두고 대응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미디어렙이 공영 렙과 민영 렙으로 나뉘어 설립된다면 MBC를 어디에 포함시켜야 하는지도 논쟁거리다. 소유 구조는 공영이지만 재원은 광고를 통해 조달하는 MBC의 특수한 위상에서 비롯되는 문제다.
MBC는 미디어렙의 경쟁 유형을 공·민영으로 제한하지 말고 방송사마다 미디어렙(1사 1렙)을 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바코의 독점 체제에 함께 묶여 있던 SBS가 민영 렙으로 분리되어 나가고 MBC는 공영 렙에 남을 경우, 광고판매 경쟁력에서 SBS에 뒤처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지상파 광고 시장의 일부를 잠식할 종편의 등장도 MBC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이남표 MBC 전문연구위원은 “방송광고 판매시장에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최소한 지상파 방송끼리는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독일 ZDF나 ARD 등 유럽의 공영방송들도 미디어렙 자회사를 갖고 있다. 1사 1렙이 공영성에 위배된다는 주장은 허구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시민단체는 MBC가 공영방송의 지위를 누리려고 한다면 광고 판매도 공영 렙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공미디어연구소는 “MBC는 소유 구조가 아니라 ‘운영 원리’ 측면에서 정체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MBC가 공영 렙 지정을 거부하는 것은 스스로 공영방송임을 부정하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미디어렙 최대주주의 자격 요건과 지분 상한선, 지역·종교방송 등 취약 매체 지원방안 등이 미결로 남아있다.
특히 코바코 체제에서 지상파 방송에 ‘끼워팔기’ 방식으로 광고 영업을 해왔던 중소 방송사들은 광고 판매시장에 완전경쟁 체제가 도입될 경우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노심초사하고 있다.
종교방송 사장단 협의회는 지난 3월 성명을 내고 “‘1사 1렙’이라는 극단적인 시장주의 기조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자본의 간섭으로부터 방송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온 것이 코바코 체제였다. 미디어 시장 개편의 방향은 공영 미디어렙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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