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로그램 제작진에 대한 징계와 징계성 인사 조치가 줄을 잇고 있다. MBC는 지난 12일 「PD수첩」 이우환 PD와 「7일간의 기적」 한학수 PD를 비제작부서로 전보 조치했다. 16일 KBS는 「추적 60분」 불방에 항의해 지난 2월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던 PD 3명에 대한 재심에서 ‘견책’과 ‘경고’ 등 중징계를 확정했다.
전국언론노조와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PD수첩 사수와 언론자유 수호 공동대책위원회’는 17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MB 정권의 시사보도에 대한 탄압과 대응’ 토론회를 주최하고 이명박 정부의 시사·보도프로그램 탄압 실태를 집중 점검했다.
발제를 맡은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명박 정부의 시사·보도프로그램 탄압 유형을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프로그램 징계, 방송사 사장 교체, 조직개편을 통한 프로그램 변경·폐지와 제작진 교체, 정부 비판적 아이템의 불방 결정, 기자·PD 체포 등 공권력 행사다.
정권의 언론 통제는 프로그램 주제에도 영향을 미쳐 권력에 대한 탐사보도를 위축시켰다. 공공미디어연구소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2월부터 2011년 2월까지 KBS <추적 60분」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정치 분야에 관한 보도 비율은 2008년 10.9%에서 2011년 8.9%로 감소했다.
특히 권력형 비리에 관한 보도 비중은 정권 1년차에 1.8%, 2년차 5.6%였지만 3년차엔 없었다. 보도 대상도 청와대에 대한 비판은 줄어든 반면 교육이나 기업, 군대에 대한 비판은 증가하는 추세였다.
MBC 「PD수첩」도 권력형 주제의 비중이 이 대통령 취임 첫해 58.9%로 높았으나 2년차 48.8%, 3년차 44.1%로 감소했다. 정부 부처에 대한 취재도 정권 1년차의 11%에서 2년 후 6.8%까지 줄었다. 반면 비권력형 주제는 첫해 41.1%에서 2년 후 55.9%로 증가했다.
김 실장은 “이명박 정부는 공영방송 사장의 해임과 선임 과정에 전례없이 공권력을 투입하고 저널리스트 해고 사태를 야기해 언론을 정치권력의 대리인으로 만들었다”며 “저널리스트들이 자기검열을 강화하고 외압에 대한 저항을 포기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엄주웅 전 방통심의위 상임위원은 방통심의위가 합법적인 방송 통제기구로 기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엄 전 상임위원은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이나 경고 등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강제적 심의제도를 갖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며 “시사·보도프로그램은 명백한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게 아닌 이상 심의를 하지 않는 게 맞다”고 밝혔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시사프로그램 PD뿐만 아니라 보도국 기자들도 뉴스 바로잡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추적 60분>과 「PD수첩>이 탄압받는 것은 이 프로그램들이 정권에 불편한 보도를 했기 때문이다. 반면 9시 뉴스는 다뤄야 할 기사를 누락하거나 소재가 점점 연성화되고 있다”며 “기자들이 내부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방송사 노조 대표로 참석한 토론자들은 외풍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방송사 내부에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성재호 KBS 공정방송실천위원회 간사는 “1987년 이후 얻어낸 형식적 민주주의 체제마저 송두리째 뒤엎으려는 반동적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사내 ‘방송 편성 규약’을 보완해 실무자들이 제작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간사는 간부가 실무자의 자율성을 침해할 때 징계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보도국장 등 주요 책임자에 대해 직선제를 실시하는 것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강지웅 MBC 노조 사무처장은 “단체협약을 보면 노조는 문제 있는 간부의 보직 변경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사측의 단협 해지 통보로 이 조항은 7월14일 효력을 잃는다”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단협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싸울 테니 밖에서도 성원해달라”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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