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동서와 때의 고금을 막론하고 유례를 찾기 힘든 평화적이고 획기적인 우리 사회의 변화를 두고 세계는 대한민국의 역량을 재평가하고, 우리 국민들의 높은 정치의식과 주권자로서의 시민의식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수많은 국민들을 결집시킨 동인은 국정농단이라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 이면을 보면 구한말 이래 우리 사회가 처했던 암울한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 어쩌면 불가피했던 가치의 혼돈과 왜곡된 현대사가 고스란히 쌓여서 발효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혼란과 모순의 전면에는 예외 없이 주권자에 의해 순치되지 못한, 즉 실질적 법치의 틀을 벗어난 국가권력의 오용과 남용이 난무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 사회가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를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 때다.
국민들은 그 첫 번째 과제가 권력기관의 개혁과 공영방송의 공공성 회복임을 광장에서부터 확인된 것으로 여기고 있다. 현재 국가정보원, 검찰 등 권력기관의 개혁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여기에 비하면 공영방송의 공공성 회복에 대한 의지와 진행은 답답할 정도로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MBC는 지상파 공영방송의 하나로서 정권을 가리지 않고 날카로운 비판의 카메라를 들이밀었고, 비난을 감수하고서 진실을 밝히기를 주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중요한 현안에 대하여 다양하고 심층적인 논의를 주도했었다. 우리는 그런 MBC의 팬이었고, “만나면 좋은 친구”였던 MBC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여 공영방송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을 절실하게 기대하고 있다.
최승호 뉴스타파 PD 겸 앵커가 지난 10일 서울 중구 정동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최 PD는 “방송들이 정권 성향과 무관하게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조속히 입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
MBC 정상화의 첫걸음은 지분 70%의 출자자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에게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을 방기하도록 방조하거나 오히려 조장한 것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묻는 것이다.
방송문화진흥회는 법에 의해 설립된 특수재단법인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주무관청이다. 따라서 민법 제37조(방송문화진흥회법 제16조의 민법 준용 규정)에 따라 방송문화진흥회의 사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검사, 감독한다.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 2002년에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있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방송통신위원회는 고시로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고, 이 규정 제8조는 법인에 대한 구체적인 검사, 감독의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들에 대한 임명권을 가지고 있고(방송문화진흥회법 제6조 제4항), 임명권에 ‘해임권’이 포함된다는 것은 이미 대법원 판결을 통해 법적 논란이 해소되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소관 법인인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하여 법령상 주어진 권한에 따라 그 사무에 대한 검사와 감독을 실시하여야 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들에게 MBC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훼손을 방기하고 조장한 것에 대하여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현대의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는 문제이고 우리 공동체의 질적 수준에 관한 문제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김형성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초대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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