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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미디어 세상]공영방송 정상화와 저널리즘의 가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공영방송들이 권력에 장악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권력이 장악한 공영방송은 언론 본연의 감시견 기능을 상실하고 ‘국정 홍보방송’으로 전락했다. 

 

공영방송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용비어천가만 외쳤다. 탄핵정국 당시 국정농단을 비판하는 정당한 언론 활동이 매우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광장에 나왔던 시민들이 기자들에게 기레기, 기레기 언론이라 외쳤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그나마 정부의 영향을 덜 받았던 일부 언론들의 비판들을 진영 논리를 앞세워 무시해 버렸다. 이것이 박근혜 정부 몰락의 한 요인일 수 있다. 언론의 비판은 일시적으로 불편하지만 정권이 스스로를 점검할 수 있는 중요한 장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의 여론 그리고 시민의 여론을 대변하는 언론을 장악하거나 무시하고 정권을 유지할 수는 없다.

 

요즈음 대부분의 전통적인 언론들이 위기의식을 느낀다.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으로 기존의 종이 신문은 물론 지상파 방송 더 나아가 케이블이나 IPTV 같은 실시간 방송 체제들도 위기감을 느낀다.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새로운 매체 이용률이 급속히 증가하는 것은 단지 기술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저널리즘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은 언론, 그래서 제대로 된 저널리즘 실천의 소중함을 경험하지 못했던 수용자들이 기존 매체에 충성스러운 수용자로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 새로운 플랫폼에 비해 전통적인 매체가 지닌 강점을 진정으로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수용자들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지닌 전통적인 매체에 머물러 있을 필요를 못 느낄 것이다. 

 

우리에 비해 언론이 자유롭고 비판적이라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전통적인 언론 매체들이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신뢰의 저하 때문이거나 존재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권력에 직간접으로 장악됐거나 자본의 요구에 취약한 존재로 전락한 한국 언론의 현실은 더욱 열악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벌이는 정상화 투쟁은 매우 소중하다. 민주주의 보루로서 언론의 기능을 되살리자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권력이 언론을 장악한 상태에서 감시견 기능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공영방송 정상화 투쟁을 보면서 공영방송이 아직도 필요하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공영방송을 망친 사람들과 공영방송을 지키려고 눈물어린 투쟁을 했던 사람들을 동일시하지 말아야 한다. 최근 PD연합회가 발행한 PD저널에 MBC 아나운서들의 가슴 아픈 현실이 대담 형식으로 소개됐다. ‘우리가 TV에서 사라진 이유’라는 제목이었다. 사실 MBC 아나운서만의 현실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장에서 밀려난 기자, PD 그리고 공영방송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던 MBC, KBS 구성원들 전부의 현실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아나운서들의 절절함이 있기에 그 기사의 일독을 권한다. 아나운서들은 말한다. ‘정말 열심히 싸웠다. 그래도 공영방송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신념을 잃지 않은 좋은 언론인들이 많이 있고 정상화 투쟁을 하려 하니 마지막으로 믿고 도와달라.’

 

그런데 시청자들이 좀 더 공감하고 함께하게 하려면 반성과 미래 전망이 필요하다. 지금 투쟁하는 언론인들의 잘못은 아니겠지만 그동안 공영방송은 무엇을 잘못했고, 반민주적인 권력의 대변인이었던 경영진이 물러나고 공영방송이 정상화되면 공영방송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제시해야 한다.

 

특히 언론의 보도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지 않고 당위만의 문제로 떠나가는 수용자들에게 남아 있거나 도와달라고 호소할 수는 없는 것이다. 최근 시민언론운동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이 ‘2008~2017 왜곡·편파 보도 백서’를 발간했다. 언론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지금 더욱 필요한 것은 비록 그들의 잘못은 아니지만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반성하고 정상화 이후 자신들이 보여줄 저널리즘의 참 모습을 제시하는 것이다.

 

올바른 저널리즘의 원칙은 많은 학자들이 제시했고 다양한 원칙들을 언급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진실성과 공정성이다. 그런데 이 원칙들은 기본 조건이고 이것이 목적일 수는 없다. 물론 우리는 지난 10년간 기본이어야 할 진실하고 공정한 보도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이런 조건의 회복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정상화 이후에 저널리즘을 통해 추구해야 할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한 가지만 강조하고자 한다. 이미 100여년 전부터 언론에 요구되는 것은 시민들의 삶을 반영하라는 것이다. 이 뜻은 자본이나 권력이 과잉 대표되는 것을 피하고 사회 각 집단의 대표상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모든 사회적 관심으로부터 배제되기 쉬운 사회적 약자인 소수집단을 제대로 조명하고 이들의 관점에서 권력을 비판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제1원칙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지난 10년간 공영방송이 가장 하지 못한 일이 아닐까?

 

김서중 |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