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가 공정방송 회복과 낙하산 사장 반대를 주장하며 지난 2012년 170일간 벌인 최장기 파업의 원인 제공자였던 김재철 전 MBC 사장 체제 인사들이 차기 MBC 사장 최종 후보군에 대거 포함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지난 17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MBC 사장에 지원한 13명의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1차 심사를 거쳐 사장 최종 후보 3명을 선발했다. 이날 방문진 임시이사회에서 최종 후보로 선발된 사람들은 이진숙 MBC 워싱턴 지사장, 안광한 MBC 플러스미디어 사장, 최명길 MBC 인천총국 부국장 등 3명이다. 이 가운데 이진숙 워싱턴 지사장과 안광한 플러스미디어 사장은 김재철 전 MBC 사장의 최측근들로 공영방송 MBC의 공정방송 파괴를 불러왔던 인물들이다.
이들이 공영방송 MBC의 사장이 되겠다고 지원한 것은 후안무치의 극치다. 나아가 이런 후보들을 최종 후보로 선정한 방문진 이사들은 대체 무슨 기준과 생각으로 심사를 하고 이들을 선택했는지 황당할 따름이다. 만약 김재철 전 사장의 측근들인 이들이 MBC 신임 사장에 임명되면, MBC는 다시 김재철 체제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증오와 보복경영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이진숙 지사장은 한때 종군기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MBC 노조의 파업을 두고 “불법이고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파업이라고 매도하고,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에 동조하면서 MBC의 공정성을 망가뜨린 인물이다. 오죽하면 동료이자 후배들인 MBC 기자회로부터 불공정 보도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기자회에서 퇴출됐을까. 이뿐만이 아니다. 이진숙 지사장은 지난 2012년 대선 개입 의혹에도 휩싸인 바 있다. 대선 직전인 지난 2012년 10월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만나 정수장학회가 소유한 MBC 지분을 팔아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에게 등록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논의한 것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당시 박근혜 후보를 돕기 위해 검은 뒷거래를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MBC 이진숙 아웃!(출처 :경향DB)
안광한 플러스미디어 사장 역시 김재철 전 사장의 최측근으로 김재철 체제에서 부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안 사장은 지난 2012년 MBC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인사위원장으로서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의 징계를 주도했다. 그뿐만 아니라, 안 사장은 지난 2010년 편성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시사교양 프로그램이었던 <후플러스>와 <김혜수의 W>를 폐지하고,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의 불방 사태를 야기한 인물로 공영방송 MBC의 제작 자율성을 위축시킨 장본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처럼 공영방송 MBC를 망가뜨린 장본인들이 차기 MBC 사장 최종 후보군에 포함된 것은 MBC가 예전에 보여주었던 공영방송의 모습을 회복할 기회가 막혔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결국 김재철 체제 인사들을 다시 MBC 사장에 임명함으로써 공영방송 MBC를 국민들이 외면하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망하게 하거나 민영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게 만든다.
현재 MBC의 뉴스와 프로그램들이 국민들로부터 조롱과 외면을 받으면서 기자와 PD 등 MBC 구성원들이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김재철 체제에서 임원으로 활동했던 인사들이 MBC 신임 사장으로 임명된다면 MBC의 정상화와 공영방송으로서의 가치회복은 불가능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방문진 이사들은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MBC의 공영성과 공정방송 파괴에 기여했던 인물들은 사장 후보에서 제외해야 할 것이다. 만약 방문진이 이러한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MBC 정상화와 공정방송 수호 의지가 전혀 없는 김재철 체제 인사를 사장에 임명한다면 MBC 구성원들과 시청자들의 거센 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최진봉 |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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