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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사설]‘KBS 수신료 인상’ 국민 저항 두렵지 않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어제 KBS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4000원으로 대폭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다. 야당 추천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다고 한다. 이로써 KBS 수신료 문제는 국회 심의 절차만 남겨두게 됐다. KBS 운영적자 해소도 좋지만 무슨 낯짝으로 수신료를 올려달라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간 숱하게 제기된 KBS의 불공정성 시비를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일부 종편 살리자고 애꿎은 서민들의 호주머니 털겠다는 발상이 될 법이나 한 얘기인가.

KBS 수신료 인상은 1981년 이후 33년 만이다. KBS 운영적자를 보전하고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재원 확보가 외견상 내세우는 수신료 인상의 근거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KBS 수신료 인상은 종편 출범 당시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 입에 달고 다녔던 메뉴다. KBS 2TV의 광고를 줄여 신생 방송사인 종편의 밥줄을 챙겨줘야 한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실제 KBS는 이번 수신료 인상을 전제로 연간 2100억원의 2TV 광고 물량을 줄이기로 했다. 당초 예상대로 종편 밀어주기가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KBS수신료 인상 규탄하는 여성 시청자단체 (출처: 경향DB)


수신료 인상 요구가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추가 부담을 요구할 때 최소 기본 도리는 지켜야 하는 법이다. KBS의 편파성 논란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도 달라진 게 전혀 없. 수신료 문제를 계기로 KBS 지배구조 개선과 공정성 확보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방통위는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 개선도 검토해야 한다”는 애매한 문구 하나로 모든 걸 뭉갰다. 이마저도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서조항일 뿐이다. KBS의 주인인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뜻 아닌가.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수신료는 일종의 준조세다. 인상의 근거와 부작용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공기업이면서도 정부의 개혁 대상에서 빠져 있는 KBS 아닌가. 1억원 이상 받는 고액 연봉자가 임직원의 35%를 웃돈다는 사실은 뭘 말하는가. 국민들에게 손을 벌리기 전에 충분한 자구노력을 했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무엇보다 지금의 불공정성을 개선할 확고한 대책이 없는 한 수신료 인상은 가당치 않다. 얼렁뚱땅 넘어갔다가는 여야 정치권도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지금도 ‘KBS 수신료를 꼭 내야 하냐’는 반감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