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후 종편 승인 과정 온갖 위법·편법 얼룩
종합편성채널은 탄생부터 지금까지 정치 논리에 휩싸여 있다. 처음부터 친정부·보수 성향 매체를 늘려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정권의 속셈과 방송 진출로 사세를 확장하려는 보수 신문들의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관측이 쏟아졌다.
종편 출범의 근거가 된 미디어법은 날치기 통과되며 위헌 논란을 일으켰고 산업환경 등 제반 여건도 고려되지 않았다. 미디어법 통과 후의 승인 과정 역시 온갖 위법·편법이 동원된 ‘무법천지’였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애초 종편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경제효과를 내세웠다. 근거로 든 국책연구원의 보고서가 고용창출 규모 등을 부풀리고 통계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자 ‘여론 다양성’이 종편의 목표라고 말을 바꿨다. 지상파 독과점을 해소해야 방송시장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였지만 종편 참여 자본이 기존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과점하고 있는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신문 위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2009년 7월 신문법과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며 종편 도입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의 대리투표·재투표 등 다수의 위법행위가 지적됐지만 헌법재판소는 표결의 위헌·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해결의 책임은 다시 국회로 떠넘겼다. 여당이 다수를 차지한 국회는 이 문제를 유야무야 흘려버렸다.
미디어법 통과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이 찬성여론 형성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지난 6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자료 일부를 공개하며 “국정원이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직전인 2009년 6월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집중적으로 글을 올리며 여론 공작을 시도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권 차원에서 보수신문의 방송 진출을 돕기 위해 ‘은밀한 작업’을 진행해 온 셈이다.
종편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도 부실·편파심사 논란에 휩싸였다. 승인심사위원회 구성부터 14명의 위원 중 위원장을 포함한 8명을 정부의 영향력이 닿는 방통위에서 추천해 공정성에 의심을 샀다.
이병기 심사위원장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의 정책연구모임 참여 전력이 드러나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심사위는 12만장에 달하는 승인 심사자료를 단 9일 만에 분석하고 평가해 사업자를 선정했다. 총 1000점 만점에서 심사위원의 주관이 강하게 작용되는 비계량 평가 비중이 755점을 차지한 것도 심사 결과에 의문을 더하는 요소다. 실제로 사업권을 따낸 보수신문사들은 계량 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비계량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결과를 뒤집었다.
종편의 주주 구성 문제는 방송사업자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하는 수준이다. 내년 초 재승인 심사를 앞둔 현재까지 방송법 위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전국언론노조 등이 종편 승인 심사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TV조선·JTBC·채널A 등 종편 3사가 승인 신청서에 적어 낸 법인주주 가운데 31.17%가 승인장 교부 시점에 투자를 철회하고 23.9%의 주주가 새로 출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승인을 앞두고 자본금 3000억원을 채우기 위해 닥치는 대로 투자자를 모집한 뒤 실제 투자가 이뤄질 시점에서는 무분별한 주주 교체가 일어난 것이다. 관련법상 주요주주의 변경은 승인조건 위반으로 승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특히 채널A는 고월(60억원)과 환인제약(50억원)에서 받은 투자가 이면계약을 통한 ‘차명투자’라는 의혹이 구체적 근거와 함께 제시된 상태다. 현재 채널A 지분 29.32%를 보유하고 있는 동아일보가 이 같은 차명투자분의 실소유주로 밝혀질 경우 방송법의 소유제한 조항 등을 위반한 것이 된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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