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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신방 겸영 주장했던 정병국 의원, 지금은 “난 오히려 말리던 사람”

방 겸영 주장했던 정병국 의원, 지금은 “난 오히려 말리던 사람”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부터 2년 전 종합편성채널 인허가까지 정부와 학계에선 종편 출범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여러 가지로 역설했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은 따가운 ‘특혜’ 논란과 야권·시민사회의 반발에도 법 제정을 주도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그들이 내세웠던 약속과 논리는 공중에 떠버리고, 종편에는 빛보다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당시 종편 출범을 변호하고 앞장서 힘을 실었던 사람들은 지금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결국 인허가 제도에 불합리함이 있다”고 책임을 돌리거나 희석시키려는 사람이 있고, 아예 말을 피하려는 사람이 있으며, 여전히 “순기능이 늘었다”며 현실과 다른 논리와 주장을 펴는 사람도 있었다.





 



종편 출범 당시 채널연번제(종편을 시청률이 높은 5번에서 12번대에 배치하도록 정책화해야 한다는 주장)를 제시해 특혜 시비를 일으킨 황근 선문대 교수는 “장기적으로 지속적 투자가 가능한 사업자가 들어오길 바랐는데 신문 사업자들이 주도했다. 신문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아 초기 투자를 과감하게 할 수 없어 뉴스 의존도가 높아진 근본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국책사업을 할 때 사업계획서대로 하는 곳이 어디 있나. 종편만 아니라 SBS나 지역민방이 출범할 당시도 그랬다”며 “결국 인허가 제도에 문제가 있다. 종편도 사업계획서대로 못했지만 다른 사업자 역시 한 번도 지킨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2009년 종편 도입을 찬성하면서 “지상파 3사의 과도한 영향력을 견제하고, 유료 방송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종편 정책 개념이 투입되는 자금이 많고 장기간에 걸쳐 실현될 수 있는 채널인데 처음부터 단기간을 노린 정책 목표가 현실적이지 않았다”고 한발 물러났다. 



다만 윤 교수는 “뉴스나 시사, 집단토크쇼로 가는 것은 오히려 거품이 빠지고 종편이 자리를 잡은 현상이라고 본다. 실제 뉴스, 시사나 토크쇼에서는 지상파들에 건강한 자극을 주고 있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종편 도입 당시 법안 개정과 승인에 적극 참여했던 정치인들 역시 비슷한 입장이었다. 2009년 미디어법 통과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위원장으로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한 고흥길 전 의원은 “2년 동안 순기능과 역기능을 다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채널의 다양화를 통해 국민의 정보습득 범위를 넓혔고, 오락기능도 적절히 제공했다. 고용창출 역시 생각만큼은 아니지만 증대했다고 본다”며 “원래 목표했던 편성비율이 지켜지지 않거나 지나친 뉴스전문화 등이 역기능으로 꼽히지만 초창기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신문방송 겸영 추진’ 등을 주장했고, 2010년 문방위 위원장을 지낸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종편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았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안 처리를 주도는 했지만 나는 하시려는 분들을 오히려 말리던 사람”이라며 “시대에 맞지 않는 사업이라고 생각했고, 추진 후 생기는 역기능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9년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주도한 뒤 2010년부터 종편 4사 체제의 출범을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2009년 당시 종편 출범을 적극 옹호하고 TV조선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돌아온 저격수다>에 고정출연하고 있는 진성호 전 의원은 “오히려 채널이 많아지면서 그동안 소외됐던 고령층이 볼 방송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상파인 KBS나 SBS도 한낮 시간에 뉴스대담 프로그램을 새로 편성하는 것이 종편의 입지가 커진 사례”라며 “출범 당시 계획대로 가지 않는 부분은 있다. 그러나 과도기적 상황이기 때문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위한 고민이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


 

종편도입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아 종편 출범의 실무를 총괄했던 김준상 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정책국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음에 통화하자”고 말한 뒤 기자와의 통화나 접촉을 하지 않고 있다. 2009년 당시 종편 설립의 근거가 된 미디어법을 대표발의하고 “국민들은 미디어법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여론조사를 반대한 나경원 전 의원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