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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방송 공적 책임·기본 사업계획도 이행 안 해

방송 공적 책임·기본 사업계획도 이행 안 해


 


공정하고 다양한 프로그램 제작, 보도·교양·오락의 균형 잡힌 편성, 국내 최대의 연간 외주제작비 지급, 매주 20편 이상의 공익프로그램 제작….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승인받기 위해 조선·중앙·동아일보와 매일경제 등 보수 신문들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보면 미사여구와 현란한 약속들이 넘쳐난다. 그대로만 실현된다면 종편이 국내 방송의 선두주자와 중심축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2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정반대다. 종편은 방송의 공적 책임은커녕 투자·편성 등 가장 기본적인 사업계획조차 실천하지 않았다. 결국 권력이 정파적 목적으로 방송채널사업권을 나눠주고 종편들은 공공재인 전파를 멋대로 사용하며 시청자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방통위가 지난 7월 발표한 2012년도 종편채널 사업계획 이행실적 점검결과를 보면 종편 4사는 주요 항목인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부문에서 스스로 제시한 계획을 대부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보도특별위원회 운영’ ‘소셜미디어에디터 도입’ ‘막말 3진 아웃제 실시’ 등 스스로 내세웠던 각종 공약들은 ‘말잔치’로 끝났다.

 


자체·외주 제작과 프로그램 구매 등을 합한 콘텐츠 투자규모는 당초 계획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2012년 콘텐츠 투자액으로 JTBC는 2196억원, 채널A는 1804억원, TV조선은 1575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지난해 실제로 투자된 금액은 JTBC 1129억원, 채널A 985억원, TV조선 604억원에 불과했다. MBN도 1660억원을 계획했지만 711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 4사의 콘텐츠 투자액은 모두 3429억원으로 애초 계획의 47% 정도에 머물렀다.

 


제작비 투자 감소는 프로그램 편성의 왜곡으로 이어졌다. 일부 종편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돈이 덜 드는 뉴스·보도와 시사프로그램 제작을 지나치게 늘렸다. ‘종합편성’이 아니라 ‘보도 전문채널’이 아니냐는 비아냥에 시달리는 이유다.

 


TV조선의 사업계획 편성 비율을 보면 지난해 보도 비중을 24.8%로 잡아놨지만 실제로는 35.9%를 차지했다. 올 들어 8월까지 이 수치는 47.4%까지 더 올라갔다. 애초의 두 배 가까운 비중을 보도에 할애하고 있는 셈이다. 



채널A도 사정은 비슷하다. 당초 23.6%를 약속한 채널A의 작년 보도 비중은 실제 34.1%를 기록했고 올 들어 8월까지 평균 46.5%로 치솟았다. JTBC는 반대로 높은 오락 비중이 문제가 되고 있다. JTBC는 지난해 31.5%로 계획한 오락 프로그램 비중을 10%포인트 이상 초과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자체 검증 결과 JTBC는 지난해에 오락 편성비율 50%를 모두 7차례나 초과해 방송법을 위반했다”며 “방통위는 즉각 실태를 점검해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과태료 부과 등 적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높은 재방송 비율도 심각한 문제다. JTBC는 지난해 재방 비율이 58.99%에 이르렀다. 사업계획 목표인 5.6%를 10배 이상 초과한 수치로 전체 방송의 절반 이상을 재방송으로 때웠다는 뜻이다. TV조선과 채널A의 재방 비율도 같은 기간 각각 56.2%, 56.1%를 기록해 비슷했다. 



장르 특성상 재방송이 불가능한 보도를 제외하면 종편 4사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재방 비율은 68%, 오락 프로그램은 73.6%에 달했다. MBN은 주시청시간대에도 재방송 비율이 44.6%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편들은 형편없는 이행 실적을 환경 탓으로 돌리고 있다. TV조선 관계자는 편성비율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업계획에 제시된 편성비율을 그대로 따를 경우 재무구조가 열악해져 오히려 방송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채널A 측은 “전 국민적 관심을 끄는 이슈가 많아 시청자 알 권리 충족을 위해 뉴스 특보를 많이 편성하다 보니 비율을 지키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