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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언론사에 데이터 최고 책임자(CDO)를 허하라

젊은 세대들이 너무나 신문을 보지 않는다고 어른들은 말한다. 이는 반만 맞는 말이다. 세계 최대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을 취재해 콘텐츠의 미래를 설명하고 있는 ‘퍼블리’팀의 보고서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이미 밀레니엄 세대는 인류역사상 그 누구보다도 많이 읽고 있다.”

연말 6개 언론사에서 ‘미디어 혁신’에 대한 강의를 했다. 딱 한가지만 물었다. “당신들은 어떤 독자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가?” 결론은 슬프고 명쾌하다. 한국의 언론사에는 쓸 만한 독자 데이터가 거의 없다. 우리 언론은 고객 한사람 한사람의 경험과 구체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축구로 비유하면 이것이 한국언론의 구멍이다.

“데이터로 무엇인가를 한다고 하는데 모르겠더라고. 밖에서 구경만 했지 뭐.” 연말 술자리에서 만난 어느 신문사의 한 기자는 지난해 언론단체 주관으로 CNN이 자리한 뉴욕 타임워너센터를 방문했다. 그 건물에서 그는 묘한 이름을 발견했다.

‘워룸’, 그렇다. CNN머니의 뉴욕사무실 ‘디지털 워룸’이다. 미 대통령이었던 클린턴 대선 캠프에 최종 컨트롤타워였던 ‘워룸’이 있었다면 현대 미디어의 전장에는 ‘디지털 워룸’이 있다. 뉴스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새로운 정보와 맥락, 전략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모든 연결과 네트워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그것이 새로운 미디어 전략의 출발이다. 기업과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백악관 디지털전략실의 업무는 시민 데이터 분석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플랫폼과 생태계를 주도하는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말한다. IT경영의 시대가 가고 데이터경영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데이터 시대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경험이다.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서비스가 아니라 경험이다. 기술을 활용해 일방향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알아 고객이 그것을 편하게 즐기도록 하는 것이 ‘경험’이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고객과 고객의 필요성에 관한 데이터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말은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데이터는 ‘독자와의 대화’로 이어진다. 콘텐츠를 생산해 지면에 올리면 끝나는 구조는 화석이다. 우리 신문의 텍스트로 된 콘텐츠를 어떻게 내보내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독자의 위치에서 어떤 형태를 갖고 접촉을 통해 접점을 만들 것인가의 문제이다. 뉴스의 역할은 생산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독자와의 교류 과정, 대화를 통해 완성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데이터다.

미디어 혁신을 위해 전략회의를 하는 언론사가 가져야 할 데이터는 광고주뿐이 아니다. 예를 들면 먼저 독자 데이터다. 소설 <밀레니엄 시리즈>의 한 장면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첫째, 그들은 완전히 새로운 구독자들이야. 둘째, 그들 가운데 70퍼센트가 여자야. 셋째, 전형적인 구독자의 프로필은 교사, 공무원, 기업체 중간 간부 같은 중산층 화이트칼라야.”

두번째는 영향력자 데이터다. 뉴욕타임스 랩은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기사와 정보가 어떻게 전파되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커다란 영향력자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세번째, 콘텐츠 데이터다. 의학 및 과학 분야의 세계 최대 출판사인 엘스비어코리아의 지형석 회장은 “우선 책을 다 뜯어야 한다. 챕터, 문장, 단어들을 다 뜯어서 전산화시키면 재구성의 기회가 생긴다”고 밝히고 있다.

네번째, 실시간 데이터다. 연합뉴스의 한운희 연구원은 “모바일 기기를 넘어서 독자가 움직이는 현재의 시공간을 이해하고 그곳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숙제”라고 강조한다. 다섯번째, 소셜 데이터다. 기업의 위기관리 컨설팅을 할 때 이제 트위터는 당연하고 네이버의 ‘레몬테라스’, 다음의 ‘닥치고 취업’, 그리고 MLB파크, 뽐뿌, 보배드림, 82쿡과 같은 커뮤니티를 보지 않으면 여론의 향배를 다 알기가 어렵다.

덧붙이면 데이터를 나누는 기준도 중요하다. 한국 미디어 업계와 유통업계에 쓰타야 서점 열풍을 일으킨 마스다 무네야키의 일본 컬처컨비이언스클럽(CCC)은 2014년 7월말 T포인트라는 서비스를 통해 4918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데이터 기반 회사다. 2012년 다케오 시 시립도서관의 운영권을 맡게 되었을 때 그들은 기존의 십지분류법을 버리고 현실 생활과 밀접한 ‘22종 분류법’을 적용했다. 18만권의 도서를 시내 체육관으로 옮겨 새로운 분류법에 따라 전부 배치를 달리했다. 또 쓰타야 서점의 책들은 ‘라이프 스타일’과 ‘워크 스타일’이라는 대분류 아래 세목들을 두고 있다. 우리 언론사가 사용하는 섹션의 분류, 부서의 분류는 어느 시대의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 프로야구는 이미 실제 해외선수의 스카우트에 과학적 데이터를 대입해 적용하고 있다.

연말 어느 미디어기획 담당 기자가 물었다. “그럼 고객 데이터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이렇게 답했다. “매일 당신의 미디어를 받아보는 독자들의 데이터부터 확보하라. 콘퍼런스 하나를 하더라도 어떤 데이터를 모으고 구할지를 정하라. 그러나 정말 제대로 하고 싶다면 CDO를 최고 의사결정구조에 두라.” 혁신은 핵심인력(키맨)의 역할에서 결정된다. 언론사의 최고 의사결정구조에 데이터 책임자가 존재하는가?


유민영 | 에이케이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