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 이명희 교수가 EBS사장 후보에 지원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사장 공모 마감 결과 12명의 후보 중 뉴라이트 출신 인사로는 이 교수가 유일하다. 이 교수와 함께 뉴라이트 진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류석춘 연세대 교수,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지원하지 않았다. 이 교수가 사전 교통 정리를 거쳐 차기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 교수는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사로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친일·독재미화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교과서’의 대표 집필자다. 그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013년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승리로 종식시켜야 한다’며 출범시킨 근·현대사 역사교실의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서기도 했다. 이념적·정치적 편향성이 강해 역사학계와 소속 대학 동문들로부터도 ‘대학강단보다는 정치권의 한 귀퉁이에 있어야 할 인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인사다. 지난 7월 광복 7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제주 4·3’을 반란으로 규정해 제주 시민의 반발을 산 바도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과 2012년에도 EBS사장에 응모했다가 부적합 인사로 판정돼 탈락한 바 있다.
이 같은 인사가 오는 29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EBS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청소년들의 미래와 평생교육의 길잡이가 되어야 할 EBS 방송의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감안하면 EBS는 KBS와 MBC 등 다른 공영방송보다 더 높은 공정성과 균형성이 요구된다. 정부가 교사들의 시국선언을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으로 징계하면서 EBS사장은 정치적 편향성이 강하고 이념적으로 극우인 인물을 임명하겠다는 것은 법적·도덕적으로도 가당치 않은 처사다. 더구나 이미 KBS와 MBC 이사회를 뉴라이트 역사학자와 공안검사 출신의 이인호·고영주 이사장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EBS사장마저 이 교수를 앉히겠다는 것은 방송을 정권의 사유물로 보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시민단체와 EBS노조는 그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사태를 ‘교과서 국정화의 완결판’ ‘교육방송의 국정화’라고 지적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미칠 영향, 학부모들의 우려를 감안해서라도 EBS만큼은 청와대 개입 의혹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임명권자인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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