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 비판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따옴표 저널리즘’, 즉 받아쓰기다. 특히 검증이 정말 중요한 선거 시기에 정치인의 무책임한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받아쓰는 이런 행태는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선거를 망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오랫동안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요즘 언론 행태를 보면 받아쓰기를 하는 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기가 무색하다. 받아쓰기 아닌 기사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취재가 없는 기사가 난무한다는 뜻이다.

 

받아쓰기가 관행이 되는 이런 언론행태는 소위 클릭 장사에 의존하는 언론사의 경영행위와 그런 방식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운 언론계 생태에서 비롯한다. 그러니 언론사에 이런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호소하는 것은 ‘쇠귀에 경 읽기’ 식으로 무망한 일이 아닌가 싶다. 언론사의 경영진이 언론 본연의 기능보다는 언론사의 생존이나 경영 이익을 앞세우는 시대가 된 것은 오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언론인들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 기자들이 언론사 취업을 준비할 때부터 기사라는 상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언론인이 되는 것을 꿈꾸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기자들 사이에서 받아쓰기식 기사의 현실과 한계 그리고 이를 극복할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대논쟁이 벌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언론진흥재단에서 발행하는 신문과방송 2019년 2월호가 현장 기자들이 받아쓰기 관행을 보는 시각을 전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받아쓰기가 기자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거라는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송수진 기자와 정치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발언을 정확히 받아쓰는 것은 조선시대의 사관처럼 정치부 기자들의 숙명이라는 국민일보 임성수 기자의 글을 나란히 실었다.

 

송 기자는 정치인들이 SNS에 올린 글이나 라디오, TV 출연 발언 내용 중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을 살피고 그 내용에 주어와 서술어를 붙여서 기사를 작성하는 게 정치부 기자의 기사 작성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그 발언 내용의 맥락이나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는 노력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기자들이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는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시민들이 기자 집단을 불신하는 원인이 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반면 임성수 기자는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처럼 받아쓰기가 문제된 사례는 있지만, 정치적으로 중요한 인물들의 발언은 발언 내용의 동의 여부나 그 내용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 시민들이 알아야 할 현실의 한 단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의 내용은 물론 대통령의 어투나 현장 분위기 등을 다룬 기사도 받아쓰기로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정부정책의 기조와 흐름을 읽는 기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면이나 방송분량 제한성을 극복한 온라인 뉴스 시대에 정치부 기자가 정치인의 발언을 일일이 기록하는 것은 정치부 기자의 필수업무라고 주장했다.

 

정치인들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비중 있는 인사들의 발언이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라 SNS를 통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기사의 중요한 소재가 될 수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임 기자도 글의 말미에 쓴 것처럼 전달에만 치중하다 보면 진실은 휘발되고 선정적인 언어만 남을 수 있다. 인용하는 발언 내용의 분석과 풍부한 해설, 전망도 필요하다. 아니 발언이 취재의 단초일 수는 있지만 그 전부일 수는 없기 때문에 기사는 짧은 인용과 긴 분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 받아쓰기는 기사가 아니라 정보 전달이다. 언론은 정보지가 아니라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지식과 인식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구다.

 

학계나 시민단체의 비판은 오래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언론사 경영진에게는 받아쓰기에 불과한 기사가 장기적으로 언론사의 불신을 초래해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충고가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모양이다. 기자들에게도 그렇게 들리는지 의문이다. 새로운 플랫폼의 시대에 기자들이 단순한 정보 전달자로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자들에게 받아쓰기를 강요하는 현실(?)을 극복하려면 기자들 사이에 이와 관련한 대논쟁이 벌어져야 하지 않을까?

 

<김서중 | 성공회대 교수 신문방송학>

 

Posted by 미디어로그 칸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