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은 8조에 방송사들의 소유 지분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특정 개인이 방송이 지니는 사회적 기능과 영향력을 사유화하지 못하게 하려는 취지에서다. ‘방송의 편성의 자유와 독립’(4조) 보장을 위해 누구도 방송 내용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한 장치로서 ‘취재와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 공포하도록 했다. ‘방송의 공적 책임’(5조),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6조)을 규정해 방송 내용이 사회에 기여하도록 했다. 특히 뉴스를 하는 방송 사업은 규제기관이 허가, 승인을 통해 그 존재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그리고 달성했는지 여부를 감독하도록 했다(9조).
그런데 최근 이런 방송법의 취지에 역행하여 방송 사유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서울 수도권 지역 방송인 SBS와 경기 인천 지역의 OBS가 그 사례다. SBS는 2004년과 2017년 방송 내용의 불공정성 문제가 제기되어 재허가를 받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당시 이것을 돌파한 논리가 소유·경영의 분리 약속이었다. SBS는 2004년 재허가 취소 위기를 돌파하면서 소유·경영 분리를 공언했고 이후 방송의 질도 좋아지고, SBS의 사회적 위상도 올라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후 대주주가 방송과 경영에 개입했고 방송의 질이 하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악된 공영방송의 심각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그 문제점이 덜 부각됐지만, 박근혜 정권 들어서는 윤세영 회장이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를 금지하고, 위안부 협상을 좋게 보도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다시 재허가 취소의 위기를 맞이했고 또다시 소유·경영 분리라는 해법을 제시하여 위기를 모면했다. 그 결과 방송사 최초로 사장 임명 동의제도 도입했다.
하지만 윤세영 회장의 아들인 윤석민 회장이 대주주인 태영건설의 회장 자리를 이어받은 후 SBS를 장악하려 시도했고, 이를 저지하려는 구성원들과 갈등하며 SBS는 큰 내홍을 겪고 있다. 방송법은 그 소유 형태가 사적 소유라 하더라도 방송 활동이 사회적 가치를 지녀야 함을 규정했다. 그러한 취지를 구현하는 한 방편이 방송의 경영 성과를 유출하지 않고 방송의 질을 높이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SBS는 2월 경영 성과가 유출되는 것을 막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경영 성과를 내부화하는 수직계열화의 중심에 대주주 측근을 앉혀 다시 장악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 징후로서 SBS 독립성을 대표하던 한 이사의 보직을 박탈했다. 직언하는 반대 세력을 제거하는 전형적인 장악 전술이라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OBS의 경우도 설립 이후 수시로 대주주의 경영, 방송 개입 논란이 있었다. OBS는 대주주의 비리를 은폐하는 등 사유화되어 재허가가 취소가 된 인천방송의 구성원들이 희망조합을 만들고 사회적 도움을 받아 설립한 경기·인천 ‘지역방송’이다. 경기·인천지역에 기반을 둔 텔레비전 방송이 없어 지역성 구현에 문제가 있다는 지역 여망을 반영하여 설립된 방송이다. 그런데도 OBS는 창립 이후 끊임없이 대주주의 부당한 경영 개입과 무능한 경영진 인사로 구설수에 올랐다. OBS 역시 위기 상황에서는 소유·경영 분리 논리를 내세웠다. 소유·경영 분리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구현을 위한 방송법의 기본 취지이지만 이제 재허가를 받을 때 활용하는 명분으로만 전락한 것이다. 최근 OBS에서 대주주가 경영진의 합리적인 인사에 개입한 것도 그 전형적인 사례다. 사장은 희망조합 시절부터 방송 설립과 방송 독립성의 상징이었고, 경영난을 겪고 있던 OBS가 IPTV로부터 재송신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기여한 인물을 보도국장으로 앉히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주주가 자신의 무리한 정리 해고에 저항했던 인물이라는 이유로 인선을 반대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러한 대주주의 개입은 지역성 구현을 위해 방송을 살리려는 지역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다.
이제 방송통신위원회 같은 규제기관은 소유경영의 분리라는 대원칙이 재허가 때만 되면 유령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구호로 전락하지 않았는지 세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더불어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이후 엄정한 재허가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김서중 |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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