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 뉴스

[미디어 세상]e스포츠의 올림픽

휴일에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중학생 아이에게 컴퓨터만 하지 말고 나가서 뛰는 것도 좀 하라고 하니 마침 달리기 게임을 하고 있다 하는군요. 그게 무슨 운동이냐고 타박하자 이미 자신은 조금 전 아시안게임의 시범 종목을 연습했다 합니다. 컴퓨터 게임이 스포츠인가요?


“경쟁과 유희성을 가진 신체운동 경기의 총칭.” 백과사전 속 스포츠의 정의입니다. 승부를 가리기 위해서 혹은 즐겁기 위해서 몸을 쓰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죠. 여름이 다가오면 청량음료나 맥주의 선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장면은 햇볕이 가득한 야외 농구코트에서 청춘들이 땀을 흘리는 모습이었습니다. 40㎞가 넘는 거리를 2시간이 넘도록 달리는 모습이나 11명의 선수들이 90분간 쉬지 않고 공을 쫓는 것처럼 근육이 부각되는 움직임이 직관적으로 연상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바둑이나 브릿지 게임과 같이 머리를 쓰는 게임도 요즘엔 두뇌스포츠라 하여 범주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인드 스포츠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게임들도 유희성과 경쟁성이 명확해 최근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되었기에 더더욱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컴퓨터로 즐기는 온라인 게임들 역시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시범 종목으로 포함되었습니다. 머리뿐 아니라 눈과 귀, 그리고 클릭을 위해 팔 근육도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니 바둑과 비교하면 신체를 훨씬 활발히 쓴다고 봐야 할까요?


한국은 세계에서 e스포츠의 종주국처럼 인식됩니다. 집과 학교, 학원을 쳇바퀴처럼 돌고 있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잠시 짬을 내어 휴식을 취하는 곳 역시 노래방이나 PC방처럼 동네 상가에 자리 잡은 실내놀이터들입니다. 몸을 활발히 사용하는 사회체육시설이 부족하기도 하거니와 학업 스케줄이 바빠 또래와 어울려서 만날 수 있는 확률도 낮아 온라인에 전국의 청소년들이 집결하여 서로의 재능을 가리는 컴퓨터게임이 발달하게 된 현실은 진흙 속에 피는 연꽃과 같이 환경의 척박함에서 나온 의외의 성과라 씁쓸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전 세계가 열광하는 스포츠로 자리 잡아 e스포츠의 시청자 수가 미국 메이저리그의 시청자 수를 이미 추월했다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한 한국인 프로게이머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가 걸렸습니다. 중국 팬클럽에서 진행한 이 광고를 통해 그가 K팝 분야의 슈퍼스타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유명한 선수들의 경우 연봉이 수십억에 달해 다른 프로스포츠 선수의 수입을 능가한다는 소문이 돌며 어린 청소년 중 프로게이머가 꿈인 친구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가장 큰 스포츠의 제전 올림픽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속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1976년 양정모 선수가 처음으로 딴 금메달은 그다음해에 이룬 수출 100억달러 성과와 함께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주력으로 올라가는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받던 올림픽의 세계시청자 층의 평균 나이가 50세를 넘어서고 있다 합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발달하고 넷플릭스와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예전보다 훨씬 볼거리가 많아지자 4년에 한번씩 다가오는 전 세계적인 축제 역시 예전의 영화를 누리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한국이 주도한 e스포츠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행사가 다음달 중국에서 열린다 합니다. 2000년 시작하여 매년 열리다 지난 몇년 동안 휴지기에 들어갔던 행사가 다시 시작된다는 소식에 감회가 새롭습니다. 기원전 8세기 이전부터 1000년도 넘게 열렸다는 올림피아제는 전쟁의 긴장을 완화시켜주는 순기능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1896년 쿠베르탱 남작의 열정으로 재개된 근대 올림픽 역시 “인류 평화의 제전”이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하여 이념과 체제가 다른 인류가 모여 공존에 대해 공감하기를 도모했습니다. 지능화와 초연결로 물리적 만남보다 온라인의 교류가 더 많이 이뤄지는 21세기에, 인류의 새로운 화합을 주도하는 중심에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송길영 | 마인드 마이너 (Mind Mi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