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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미디어 세상]지금은 라이브 시대

일요일(23일) 아침 스마트폰에 알림이 울린다. 잠결에 더듬더듬 휴대폰을 찾아든다. 페이스북 친구가 생중계를 공유한 것. 백남기 농민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대병원에 경찰이 들이닥친 것이다.

 

현장에 있던 개인을 비롯해 1인 미디어, 인터넷 언론사들이 생중계를 동시에 진행한다. 내가 본 생방송 채널의 시청자는 7명으로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1500명으로 늘어난다. 부지불식간에 ‘도대체 이 나라는!’이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명백한 사인이 있는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벌이는 국가권력의 도발이 도를 넘었다는 생각이다.

 

기존 방송들은 반응하지 않는다. JTBC에 속보 자막이 나갔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벌어진 상황은 더 이상 감춰지지 않는다. 문자로 된 소식은 신뢰를 받기 위해 몇 개의 정보를 더 필요로 하지만 라이브는 다르다. 경찰이 유가족을 만나려고 시도하는 정황이 카메라에 그대로 포착되기 때문이다.

 

속속 몰려드는 사람들, 수없이 올라오는 댓글들, 야당 정치인을 불러내고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며 상황의 긴급성을 알리는 시민들의 모습도 카메라에 그대로 포착된다. 이처럼 페이스북 라이브는 친구관계에 의한 신뢰, 현장감에 의한 신뢰 등으로 인해 매우 빠른 속도로 전파된다.

 

지금은 라이브 시대다. 소셜 미디어의 진화는 라이브를 향하고 있다. 이 같은 라이브 트렌드는 언론을 비롯해 정치, 기업, 라이프 스타일 전체를 변화시키는 핵심 트렌드이다. 기존의 소셜 미디어가 신문의 확장이었다면 라이브는 방송의 확장이다. 확장을 넘어선 패러다임 전환이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라이브는 주머니에 TV 생중계용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누구나 신문사를 가졌던 시대에서 누구나 방송국을 갖는 시대로의 전환이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수많은 사람들, 이전엔 익명이던 사람들이 라이브 방송의 주인공이 된다. 수많은 익명의 공간들도, 수많은 직업들의 노하우들도, 이름 없던 작가들도, 새롭게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제품들도 공중파라는 거대한 진입장벽 없이 스스로를 생중계하는 시대에 진입했다.

 

지난 7일 경기도와 부산시는 ‘썸핑남녀’라는 페이스북 라이브를 진행해 30만명의 누적 시청률을 기록했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BJ 창현과 부산시를 대표하는 BJ 현서가 ‘썸을 타는 캠핑 남녀’ 콘셉트로 지역의 특산품과 문화를 소개하는 콜라보레이션이었다. 한편 공부법을 코칭하는 회사 스터디코드는 지난 4일 밤 10시부터 새벽까지 ‘밤샘공부’ 라이브를 진행했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밤샘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위해 자신들이 실제로 밤샘공부를 하며 공부법에 대한 코칭을 진행한 것. 최근에는 학원이 끝나는 밤 10시 이후에 진행하는 라이브 강의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부산국제영화제 행사나 패션쇼도 라이브 방송으로 진행한다. 중소기업 제품을 비롯해 라이브 홈쇼핑도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놀부’ 같은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개그맨을 출연시켜 ‘먹방 라이브’를 진행한다. 지난 20일 열린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3차 TV토론은 유튜브를 비롯해 페이스북 등 수많은 인터넷 라이브를 통해 생중계됐으며 미주중앙일보는 한국인을 위한 페이스북 라이브를 별도로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지난 총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트위터, 페이스북 라이브를 선보인 이래 박원순 시장, 남경필 지사, 이재명 시장 등 대선후보들이 페이스북 라이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이라크의 모술 탈환작전이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돼 뜨거운 논란이 일기도 했다. 50만명 이상이 시청한 이 전쟁 라이브를 두고 “최후 승자는 페이스북”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인터넷 라이브 열풍은 동영상 열풍의 진화 현상이다. “글로벌 네트워크 업체 시스코의 ‘2015~2020 VNI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0년 동영상 콘텐츠 트래픽이 194.4EB에 달해 전 세계 모바일 트래픽의 75%를 차지할 전망이다.”(이코노믹 리뷰, 최진홍)

 

유튜브를 주축으로 한 동영상 시대에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등이 전략적으로 가세하면서 라이브 모델이 새로운 열풍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특히 페이스북은 라이브를 기업 미래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 있다. 페이스북 전용카메라 미보(MEVO)는 라이브 화면을 향상시켰으며 360도 카메라, AR, VR과의 융합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트위터도 라이브전쟁에 가세했으며 국내 포털 네이버도 네이버브이를 통해 동영상 시대의 대열에 동참했다.

일찍이 아프리카TV가 시작했던 라이브시대가 도래했다. 과장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텍스트의 종말’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과연 그런가.

 

유승찬 | 스토리닷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