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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여성의원에 “각선미 좋다”·“5·18때 북한군 개입”… 저질·왜곡 일쑤

여성의원에 “각선미 좋다”·“5·18때 북한군 개입”… 저질·왜곡 일쑤




종합편성채널 도입을 위해 2009년 7월 국회에서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시키면서 정부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글로벌 미디어 기업 육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4개 종편은 2010년 12월 개국하면서 신문·방송 겸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을 완화해 콘텐츠 시장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출범 2년이 된 종편들은 글로벌 시장 선도와는 거리가 멀고 국내 방송계에서도 온갖 파행·논란의 진원지가 돼버렸다. ‘콘텐츠 산업 성장’ ‘방송 다양성 제고’ ‘시청자 복리 증진’ ‘일자리 확대’ 등 정부가 큰소리친 ‘장밋빛 전망’도 모두 허언으로 드러났다. 외려 여성 국회의원에게 “각선미가 좋다” 품평하고 5·18 때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왜곡한 종편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단골 제재 대상으로 전락했다.






 (1) 글로벌 미디어 그룹 → 낮은 방송 품질, 신·방 겸영 시너지 효과 없어

 


전문가들은 종편 사업의 부실화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지적한다.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1개도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왔는데도 정치적 고려에 의해 4개나 되는 종편을 무더기로 승인해주면서 사업자 간 치열한 경쟁과 그에 따른 부작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보도 프로그램의 색깔이나 광고까지 신문·방송이 일체화된 한국식 상업방송이 대거 출현한 것이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매체 발전의 축이 온라인과 모바일로 옮겨간 상황에서 신문들의 방송 진출은 이미 때늦은 감이 있었다”며 “신문·방송 겸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고 했지만 뉴스 시청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신문의 보도·취재 능력이나 미디어 경영 노하우를 방송에 접목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2) 다양한 콘텐츠로 경쟁력 강화 → 보도·오락 편중, 시청자 선택권 축소

 


시청률이 낮게 나오면서 광고가 붙지 않다 보니 대다수 종편들은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덜 드는 스튜디오물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검증되지 않은 패널들이 ‘막말’을 일삼는 값싼 토크프로그램이 종편 방송의 주를 이루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방송 모니터링을 한 결과 9월11일부터 10월10일까지 방송된 TV조선의 <돌아온 저격수다> 22회 중 21회에서 패널들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 문제를 다루면서, “여복이 많다” “남근기(사춘기 이후 성적 성숙시기) 고착증세가 상당히 심한 분” 등 자극적 표현을 쏟아냈다고 밝혔다. 시청자의 선택권을 줄이고 균형도 잃은 ‘스토커 프로그램’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출범 2년간 종편 4사가 방송통신심의위에서 받은 막말 제재만 수백건에 달한다. 올 1~7월 보도·교양 부문에서 제재를 받아 이뤄진 사과방송은 JTBC가 9회로 가장 많았다. 한 케이블채널의 예능 PD는 “JTBC 정도를 제외하면 아예 종합편성이라고 부를 만한 채널이 없는 것 같다. 종편의 존재가 전혀 자극이 되지 않는다”며 “비슷한 유형의 자기복제식 집단 토크프로그램만 넘쳐날 뿐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3) 여론 다양성과 유료방송 시장 활성화 → 보수·극우 일변도 여론 독과점 심화

 


보수 신문을 등에 업고 탄생한 종편들이 일제히 친정부·우편향적인 보도를 쏟아내며 여론 다양성 확보라는 애초의 취지도 사라졌다. 신문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보수 신문들이 방송까지 소유하면서 여론 독과점 현상이 더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최근 3개월간 종편 4개사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한 패널들의 성향과 발언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70%에 이르는 패널이 친정부·보수 성향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보도가 편향적인 것도 문제지만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루머 수준의 뉴스를 내보내며 방송의 객관성이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통위가 종편 도입의 정책목표로 경쟁 활성화를 통한 유료방송시장의 선순환구조 확립을 내세운 것도 공염불이라는 평가다. 종편이 지속적 투자로 전체 유료방송산업의 파이를 키우지 않고 케이블·지상파 몫만 겨누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지상파와 인접한 황금채널 배정과 의무 전송 등 각종 혜택을 받은 종편들이 최근에는 수신료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파이가 한정된 방송광고시장에서도 광고 직접영업을 하는 종편의 입김이 세지면서 케이블업계의 고충이 크다”고 말했다.

 


(4) 일자리 2만개 이상 창출 → 종편 고용 인원 1319명 ‘초라한 성적’

 


정부가 호언장담했던 고용 창출 효과도 초라한 수준이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종편 허가 당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서를 인용해 전체 방송시장 규모가 1조6000억원 커지고 생산유발효과는 2조9000억원, 취업유발효과는 2만1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방통위가 발표한 방송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종편 4개사 종사자는 모두 1319명으로 1개사당 평균 330여명을 고용하는 데 그쳤다. 



일자리를 늘리기는커녕 종편들은 자본금 잠식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방통위가 공개한 지난해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을 보면 TV조선과 채널A, JTBC, MBN 등 종편 4사는 모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종편 4사의 지난해 매출은 2264억원이었지만 순손실은 2754억원을 기록했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