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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배우 앞세워 "광고 많이 달라"… 종편의 포문 열렸다

동아일보의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가 5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주요 대기업 광고주를 상대로 매체설명회를 열었다. 동아 종편에 이어 중앙·조선일보와 매일경제, 연합뉴스도 이달 안에 잇따라 설명회를 열고 종편 출범을 알릴 예정이다.

민영방송의 광고 직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편이 출범과 함께 직접 광고에 나서면서 광고시장에 혼란과 부작용이 예상된다. 종편은 공중파 방송과 달리 부정적인 기사를 앞세워 대기업에 광고를 압박하더라도 법적인 규제장치가 없는 셈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한 언론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채널A 설명회장 앞에서 “언론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종편의 직접 광고영업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채널A 설명회는 주요 대기업 홍보·광고담당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종편의 프로그램 설명과 만찬으로 진행됐다.

채널A 김재호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뛰어난 크리에이티브와 도전정신으로 우리나라에서 으뜸가는 방송사를 지향한다”며 “과감한 콘텐츠 투자를 통해 방송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채널A는 저녁 종합뉴스를 기존 지상파 방송과 차별화하기 위해 오후 8시30분에 방송한다고 밝혔다. 또 신문의 심층성과 방송의 속보성을 살리기 위해 국내 처음으로 동아일보 편집국과 방송 보도본부가 함께 근무하는 통합 뉴스룸도 운영키로 했다.


예능프로그램은 재미와 함께 품격도 갖추겠다고 소개했다. 개그맨 이수근씨가 진행하는 <이수근의 무엇이든 바꿔드립니다>와 마술쇼로 진행되는 <신동엽의 스토리텔링 매직>, 국민들의 고민과 민원을 해결해주는 <생방송 지금 해결해 드립니다>, <생방송 김성주의 모닝카페>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채널A 측은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간적인 내면을 살펴보는 드라마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대기업 광고담당자는 “채널A가 설명회를 시작했으니 이제 종편들이 전사적으로 나서 광고·협찬영업에 나설 게 뻔하다”며 “기업들로선 기사와 광고를 연계시킬 경우 난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홍보담당 임원은 “설명회의 주된 내용은 프로그램 소개였지만 ‘광고주님들과 잘 지냈으면 한다’ ‘잘 부탁한다’는 요구사항도 빠지지 않았다”며 “종편광고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기업 광고담당 실무자는 “탤런트 김수미씨가 이날 설명회에서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설명하면서 ‘광고를 많이 붙여달라’는 식으로 이야기해 당황했다”며 “종편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언론 단체들은 이날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미디어렙법안(광고 직거래 금지)을 기만적으로 지연시키는 틈을 타 조·중·동 방송이 직접 광고영업을 시도하고 있다”며 “직접 광고영업은 방송질서를 허물고 여론 다양성을 말살하는 광고 약탈 행위”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종편의 직접 영업을 반대하는 것은 광고 약탈의 일상화, 시청률 경쟁에 따른 폭력·선정적 프로그램 범람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가장 큰 문제는 광고주를 찍어 누르기 위해 신문보다 영향력이 큰 방송을 이용해 정치권력과 부정한 결탁을 할 것이란 점”이라고 말했다.

언론단체는 6일로 예정된 중앙일보 종편 설명회 때도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방송과 언론의 공공성 위기, 여론 다양성의 위기가 불보듯 뻔한데도 방통위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종편 편들기에 급급한 실정”이라며 “향후 미디어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방통위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