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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최고 이적료 15억원… 종편, 연예인 몸값만 올린다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매체설명회가 시작되면서 적자생존을 위한 방송가의 혈투가 본격화됐다. 경쟁력, 즉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위해 각 종편들이 제작진과 출연진 확보에 나서면서 방송가가 벌집 쑤셔놓은 형국이다.

특히 각 종편들은 시청률의 효자가 될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의 제작진과 출연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수 인력 스카우트를 둘러싼 이상과열 현상으로 예능 PD와 톱스타들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다.

이미 올 초부터 방송가에서는 “누가 얼마를 받고 어디로 갔다”는 식의 풍문이 나돌았다. PD와 작가 등 제작진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이름과 액수가 거론되기도 했다. 보통은 3억~4억원, 많게는 10억~15억원의 ‘이적료’ 소문이 돌았다.

물론 이 같은 소문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확인된 것은 없다. 그렇지만 향후 벌어질 스카우트 경쟁의 강도나, 스카우트를 둘러싼 종편들의 신경전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지상파에서 이름을 알린 스타급 PD 여러 명이 올해 상반기 종편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경쟁은 가시화됐다. 스카우트 경쟁에서 가장 타격을 입은 곳은 KBS로 상당수의 예능PD가 종편 등으로 빠져나가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스카우트와 프로그램 제작에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인 곳은 jTBC다. 예능을 중심으로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확보해 가장 준비가 잘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MBC 출신으로 OBS 사장을 거친 주철환 본부장을 필두로, <1박2일>을 기획한 KBS 김시규 PD, <황금어장>을 만들었던 MBC 여운혁 PD 등을 끌어들인 jTBC는 이 같은 행보에서 예능강화 전략이 뚜렷하게 읽힌다. 신생 채널로서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굳히기에 예능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개국 기념으로 예고한 오디션 프로그램 <메이드 인 유>는 우승상금으로 1백만달러(11억원)를 내걸 만큼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 강호동은 잠정은퇴를 선언한 상태이지만 이전부터 강호동 등 거물급 MC 영입에도 공세적으로 나선 바 있다.

jTBC의 한 고위급 인사는 “강호동의 영입은 단순히 진행자 한 명을 스카우트하는 게 아니다. 방송사의 간판스타를 영입하여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jTBC는 드라마 콘텐츠 확보에도 열심이다. 현재 정우성·한지민 주연의 <빠담빠담>, 송일국·박진희 주연의 <발효가족> 등 드라마가 예고돼 있다.

채널A는 최근 들어 제작인력들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연 미디어설명회를 통해 예능, 교양, 드라마 등 주요 프로그램 라인업을 밝혔다.
 
초특급은 아니지만 그동안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이수근, 신동엽, 탁재훈, 이영자, 김성주 등 방송인들이 대거 포진했다. 최불암, 유호정 주연의 드라마 <천상의 화원>도 전파를 탈 예정이다.

공채 개그맨 15명을 선발해 화제를 모은 MBN은 향후 자체제작 예능 콘텐츠로 승부한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시트콤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신동엽과 김수미가 캐스팅된 <뱀파이어 아이돌>과 <너 때문에 미쳐>가 대표적이다. 대규모 세트에 대한 부담감도 없고 출연자들의 개런티도 절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TV조선은 드라마 <한반도>와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 외에는 특별히 공개된 콘텐츠는 없다. 다른 방송사처럼 무리한 스카우트 경쟁에 나서는 것보다는 외주제작사를 이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종편에 출연하기로 한 연예인들의 정확한 출연료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상파 방송사의 1.5~2배 정도에 이른다는 것이 방송가의 추측이다. 특히 종편 출범으로 각광받는 것은 극소수로 한정돼 있는 특급 톱스타보다는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스타급 연예인이다.

톱스타는 한정돼 있고 대부분 지상파 방송을 선호해 스카우트가 쉽지 않지만 그 아래급 연예인들은 대중적인 지명도가 있는 데다 이들 역시 종편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종편 입장에서는 이들을 활용하는 것이 초반 자리잡기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중견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예능 MC 중 톱스타라면 유재석, 강호동에 국한되지만 이들은 스카우트하기도 어렵고 쉽게 움직이지도 않는다”면서 “대신 하향세를 걷던 예전 스타급 연예인들이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연예인들이 종편 출범의 수혜자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동엽이나 탁재훈, 이수근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드라마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원빈, 김태희 등 톱스타보다는 이동욱, 성유리 등이 더 각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대폭 늘어나는 것에 비해 종편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일정 수준 이상’ 연예인들이 많은 것은 아니다. 이 같은 기대감 때문에 몸값이 출렁거리고 있다는 것이 방송가의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종편의 한 관계자는 “개국에 맞춰 준비하고 있는 드라마에 캐스팅하려고 점찍었던 연기자가 생각보다 너무 많은 출연료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는데 나중에 보니 캐스팅이 확정됐더라”면서 “경영진에서 ‘이 정도급의 연기자는 와줘야 초반에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할 수 있다’며 출연료를 맞춰줬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연예기획사 대표도 “실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스타급의 몸값이 마구 뛰고 있으며 종편에서도 사세 과시를 위해 이를 수용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스카우트 시장은 심리전이기 때문에 누가 얼마를 받았다면 소문이 더해져 갈수록 위력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종편을 중심으로 한 방송사 간의 이 같은 경쟁은 곧 시청률 경쟁으로 이어진다. 시청률이 광고수익률과 직결되고 광고수익이 종편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제작 및 출연 인력 확보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지만 방송이 본격화되면 이를 둘러싼 시청률 경쟁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방송채널이 대거 늘어나면서 작품성 있는 프로그램 경쟁보다는 초기 시청률 선점을 위한 경쟁으로 방송환경이 오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충남대 국문과 교수 겸 문화평론가인 윤석진씨는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초기에 시선을 끌기 위해서는 가벼운 보여주기식 예능 프로그램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종편에 케이블채널과 지상파 상업방송인 SBS까지 가세하면서 방송 상업주의의 적나라한 측면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준범·이미혜 기자 pharo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