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보도의 주요 내용은 허위라고 했다. 책임을 통감한다.’
「PD수첩」 광우병 보도 제작진에 죄가 없다는 최종 판결이 나왔는데도 MBC 사측은 자사 메인 뉴스와 신문 광고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시청자들은 “MBC가 정권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MBC는 지난 5일 사고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고 이날 <뉴스데스크>의 톱과 두 번째 뉴스 역시 사과에 할애했다.
「뉴스데스크」는 톱뉴스 ‘PD수첩 책임 통감…재발 방지 약속’에서 “대법원은 2008년 4월29일 「PD수첩」의 보도 중 ‘다우너 소’를 ‘광우병 소’로 지칭한 것은 ‘허위’라고 판결했다”며 “MBC는 오늘 사고를 통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진실보도를 해야 할 언론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뉴스데스크」 시작 직전 사고를 자막으로 내보낸 데 이어 똑같은 내용을 한 차례 더 방송한 것이다.
「뉴스데스크」는 두 번째 뉴스 ‘PD수첩 의미와 파장…자유 누리되 책임져야’에서도 2008년 촛불집회와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을 요약한 뒤
“언론이 세상을 조금씩 치유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만큼 대법원은 그 역할의 위축을 우려했다. 하지만 과정의 중요성에 대한 지적을 잊지 않았다”며 “언론의 자유는 누리되, 책임을 소홀히 하지 말라는 경고, 숙명적인 과제다”라고 전했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 취지에 대한 상세한 보도는 없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언론 자유에 대한 원칙적인 인식을 피력한 사법부의 판결은 너무나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것이었다”며 “「PD수첩」을 ‘확인사살’하고 그 대가로 권력으로부터 무엇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번 판결로 무죄가 인정된 조능희 PD는 자신의 트위터에 “후배와 한잔하고 들어오니 집사람이 묻습니다. 그 힘들었던 재판에 이겼는데 왜 졌다고 방송해? 저는 그냥 껄껄껄 웃었습니다”라는 글을 남겨 착잡한 심정을 에둘러 표현했다.
시민사회에서도 MBC의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유진 사무처장은 “「PD수첩」 무죄 판결로 불편해진 정권의 심기를 MBC가 자해적인 보도로 달래줬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MBC는 대법원 판결의 핵심 취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MBC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항의글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무죄인데 왜 사과를 하나. 더 당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더 이상 MBC 뉴스를 볼 수 없을 것 같다. 뉴스 제작진은 깊이 반성하기 바란다”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도 “대법원이 「PD수첩」의 손을 들어줬는데 사과방송을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상황이냐”며 “언론이 권력의 눈치만 보는 곳이라면 이미 그건 언론이 아니라 장사치”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 2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왜곡·과장보도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능희 PD 등 「PD수첩」 제작진 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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