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 언론인과 시민사회에서 방송광고대행사 법안을 입법하라는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여론을 의식한 여야 정치권은 광고대행사법을 조속히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핵심 쟁점에서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전국언론노조는 총파업을 잠정적으로 중단하지만 국회를 압박하는 입법 촉구 투쟁은 이어나갈 예정이다.
53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언론노조 총파업 지지 연대회의’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의 편성·제작과 광고주의 광고자본권을 분리하지 않으면 방송 프로그램은 광고주의 직간접적인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총파업이 시작될 당시 40여개에 그쳤던 연대회의 참여 단체 수는 일주일 만에 13배로 불어났다.
연대회의는 “언론노동자의 미디어렙 입법 요구는 방송과 광고를 분리하고 지역 여론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장치에 대한 것”이라며 “광고대행사법은 궁극적으로 미디어 주권자의 미디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보루”라고 말했다.
국회에 출입하는 지역언론과 종교방송 기자들도 30일 ‘한나라당의 광고대행사법 논의 지연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기자 53명은 “한나라당은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인 9월9일까지 상임위에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하는 것은 과점 신문들의 종합편성채널을 돕겠다는 행위요,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언론들을 편파적으로 지원하는 책동”이라고 밝혔다.
■ 광고대행사법 왜 필요한가
광고대행사법 제정 문제는 2008년 12월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독점 체제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불거졌다. 이후 지상파 방송사들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마련한 ‘임시 운영 권고안’에 따라 방송광고공사와 계약을 맺고 광고 판매를 위탁하고 있다. 법률 개정 시한은 2009년 12월 만료됐다.
입법이 시급해진 것은 지난해 말 방통위가 종편 4개사를 선정하면서부터다. 종편이 연말 방송을 시작하려면 개국 3개월 전에는 광고 판매를 시작해야 하는데 이들을 규제할 법률이 없다. 광고대행사를 거치지 않고 종편이 기업과 직접 광고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종편이 기사와 광고를 맞바꾸는 행태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기자들을 광고영업 전선으로 내몰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종편에 광고시장의 일부를 빼앗기는 지상파까지 방송광고공사와의 관계를 끊고 직접 판매에 뛰어든다면 광고시장은 약육강식의 무한경쟁체제로 흘러가게 된다.
거대 방송사들의 다툼 속에서 매체 인지도와 광고 영업력이 떨어지는 지역언론과 종교방송, 신문사 등은 광고 매출이 크게 줄어 생존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언론의 공공성과 공익성, 그리고 여론의 다양성이 급속하게 파괴될 수밖에 없다.
■ 9월 정기국회에선 처리될까
광고대행사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여야는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조속한 시일 내에’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정기국회가 시작된 뒤 첫 본회의가 열리는 다음달 9일까지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밝힌 반면, 한나라당은 시한을 특정하지 않았다.
여야가 이견을 조율하는 데 실패한다면 9월 처리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9월 국회는 국정감사가 실시되는 데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어 광고대행사법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
전국언론노조는 30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각 언론사 노조 지·본부장을 포함한 언론노조 대표 120명이 참여하는 1박2일 농성을 벌이는 것으로 지난 23일 시작한 총파업을 잠정 중단한다.
2009년 방송법 개정 당시 총파업을 세차례 벌였던 것처럼 국회가 광고대행사법 제정을 서두르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시 총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언론노조는 31일 야 5당과 함께 ‘9월 국회에서 반드시 광고대행사법 입법이 관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대국민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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