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광고·협찬 담당자들은 신문사를 등에 업은 4개 종합편성채널(종편)의 광고·협찬 요구에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최근 경제위기 상황으로 광고·협찬 예산이 줄어든 마당에 ‘숟가락’은 더 늘었기 때문이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기업 이미지와 기업 총수를 공격하는 신문기사를 통해 광고나 협찬을 요구할 경우 거절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종편의 광고·협찬 요구는 벌써 대기업 광고시장의 최대 골칫덩이로 부상했다.
대기업의 한 광고 담당자는 30일 “연말 종편 개국을 앞두고 벌써부터 협찬이나 광고 요구가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종편 관계자가 찾아와 연말 개국에 맞춰 사전에 제작하는 드라마와 다큐멘터리에 협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이미 직간접적으로 여러 곳에서 협찬 요청이 들어온 상황”이라며 “내부에서 종편 광고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서 있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신문사가 뒤에 버티고 있는 종편 쪽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계속해와 몇 번을 미루다 결국 만난 적이 있다”며 “그 자리에서 ‘개국에 맞춰 협찬을 부탁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종편 측은 광고 요청을 위해 기업 관계자를 만날 때 해당 신문사 전·현직 간부나 현직 기자를 활용한다고 한다.
한 4대 그룹 관계자는 “신문사 편집국 전·현직 간부와 출입기자를 통해 만남을 요구할 경우 거절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 종편은 기자 출신을 마케팅 부서에 일시 배치해 접촉을 시도해왔다”며 “기업 홍보나 광고 담당자로선 그야말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만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12월 개국을 예정하고 있는 종편들이 9월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광고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했다. 개국 3개월 전부터 광고 판매가 가능하므로 다양한 광고나 협찬 요구가 쏟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또 종편들이 지금까지는 핵심 광고주들인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협찬 요청을 해왔지만 개국이 다가올수록 규모가 작은 기업들로도 무차별적이고 전방위적인 압박성 요구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한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광고홍보비 예산은 매년 말 일정 금액으로 정해진다”며 “종편들이 신문사 광고와는 별개로 광고를 요구하면 기업으로선 입장이 무척 난처하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종편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을 경우 종편의 전방위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대기업이 개별적으로 종편에 대응하기보다는 언론계 전문가들이나 시민사회단체 쪽에서 종편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종편들이 대기업과 직접 광고를 거래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업들의 불만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국회나 정부가 나서 기업들이 ‘종편의 봉’이 되지 않도록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도재기·백인성 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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