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향후 3년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를 이끌어갈 이사 9명의 명단을 지난 10일 발표했다. 방문진 이사는 공영방송인 MBC의 사장 선출권을 갖는 막중한 직책이다. 언론노조와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신임 이사 가운데 최기화 전 기획본부장, 김도인 전 편성제작본부장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박근혜 정권 아래 MBC에서 요직을 지내며 편파보도와 부당노동행위를 주도한 인사이다.
최기화 전 본부장은 보도국장 시절 편파·왜곡보도를 주도했다. 공정보도 침해를 지적하는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를 찢고, 민실위 간사의 보도국 출입을 막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권에서 편성국장과 편성제작본부장을 지낸 김도인 전 본부장 역시 MBC 노조에 의해 국정원이 작성한 MBC 장악 문건을 충실히 이행하며 방송을 왜곡시켰다. 김미화·윤도현씨 등 ‘블랙리스트 방송인’ 퇴출에 앞장선 장본인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지난해 언론노조에 의해 ‘언론장악 적폐청산을 위한 부역자’로 꼽혔다. 지난달에는 시민단체 연대기구인 ‘방송독립 시민행동’이 방문진 이사 부적격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부적격자를 넘어 방송계에서 퇴출되어야 할 전직 간부들이 또다시 방송계의 요직을 차지한 것이다. 이번 이사 선임이 촛불집회로 MBC가 정상화된 이후 처음 이루어진 점을 감안하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방송문화진흥법 6조4항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방송에 대한 전문성 및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통위가 임명한다”고 되어 있다. 방통위도 법에서 정한 선임 기준에 따랐으며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이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파적 나눠먹기와 밀실 심사라는 구태는 이번에도 떨쳐버리지 못했다. 방문진 신임 이사 중 정부 여당이 6명을, 야당이 3명을 추천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현직 방통위원에게 최기화·김도인 전 본부장을 방문진 이사로 선임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마저 받고 있다.
방통위는 조만간 KBS와 EBS의 이사 선임 절차에 들어간다. 현재대로라면 방문진 이사 선임의 전철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공영방송 이사회가 정파 간 나눠먹기 대상이 돼선 안된다. 방통위는 취지대로 공영방송 이사회에 각 계층과 성향을 대표하는 인사를 참여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적 독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첫발은 ‘언론 부역자’로 지목받는 두 명의 방문진 이사 선임을 취소하고 다시 절차를 밟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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