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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사설]공정방송 위한 노조의 역할 인정한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지난 9일 MBC의 이상호 기자 해고는 무효라고 판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기자는 2012년 대선 직전 MBC 김재철 사장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 단독 인터뷰를 비밀리에 추진한다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폭로한 것 등이 빌미가 돼 해고됐다. 1, 2심 모두 해고를 재량권 남용으로 판단한 데 이어 대법원도 “MBC의 해고는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이로써 2012년 MBC노조의 공정보도 파업 이후 사측에 의해 해고된 8명의 언론인 중 가장 먼저 이 기자가 해고무효 확정 판결을 얻어냈다.

이 판결에서 주목할 것은 대법원이 “사실관계를 조사하지 않고 트위터 글을 게재한 것은 표현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났다”며 원심과 다르게 평가하면서도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신뢰도 회복은 원고와 피고 모두의 공통 과제”라는 원심의 판단을 수용한 것이다. MBC 공정보도 파업의 정당성에 대한 1, 2심 판결 때 “공정방송은 노사 양측의 의무”라고 판단한 부분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공정보도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민주적 여론을 형성하는 등 헌법상 언론의 자유에 복무해야 할 공적 책무가 언론노동자에게 있음을 대법원이 재확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노동자는 단지 사적인 근로계약에 따라 종속적 노무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공정방송은 회사가 알아서 할 일이니 노조는 상관하지 말라’는 MBC 사측의 논리도 이제 무의미해졌다. 이것으로 MBC는 공영방송으로서 공적 책임과 공적 보도를 둘러싼 해고 언론인과의 ‘명예전쟁’에서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사실상 완패했다.

'고(GO)발뉴스'의 이상호 기자_경향DB



기억을 되살려보면 MBC는 2010년 김재철 사장 취임 후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각종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KBS 기자의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도청 의혹,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집회 등 정권에 민감한 사안에 대한 보도태도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파업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이대로 가다가는 MBC가 민주적 여론 형성을 위한 ‘공기’가 아니라 ‘흉기’로 변할지 모른다는 절박감 속에 이뤄진 것이었다.

파업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1, 2심에서 모두 6차례에 걸쳐 “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쟁의행위”라고 판시한 바 있다. MBC는 단지 ‘시간끌기’나 ‘괴롭힘’이 목적이 아니라면 남은 해고자에 대해서도 하루빨리 무의미한 소송을 중단하고 방송의 신뢰 회복을 위해 대결단을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