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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사설]국무총리도 인정한 청와대의 '세월호 방송 개입'

[사설]국무총리도 인정한 청와대의 '세월호 방송 개입'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침몰사고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가 KBS에 전화를 건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정 총리는 엊그제 국회 긴급현안질의에 참석해 “홍보수석이 ‘지금 사태가 위중하니까 수색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잠수사들 사기를 올려달라’며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청와대 관계자’란 사람들이 익명에 숨어서 “언론에 협조를 구하는 것은 청와대 참모들의 당연한 임무” 운운하며 자랑이라도 하듯 궤변을 늘어놓은 적은 있지만 정부 고위 당국자가 공식석상에서 청와대의 방송 개입을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총리는 ‘협조 요청’이라는 비단결 같은 어휘를 선택했지만 대통령이 KBS 사장 임명권을 갖고 있는 데다 청와대가 KBS 기자 출입처 인사까지 개입한다는 마당에 어느 누가 액면 그대로 ‘협조 요청’으로 받아들이겠는가.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청와대의 방송 통제·간섭을 시인한 이상 이 사안은 결코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안된다. 방송장악의 핵심인사로 거론되고 있는 이정현 홍보수석을 포함해 청와대 참모 중 누가 언제, 어떻게 KBS의 보도제작에 시시콜콜 개입하고 간섭했는지 그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대국민담화에서 세월호 사고의 최종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머리를 숙였다. 또한 지금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방송장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민 앞에 약속드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 기간 동안 공영방송을 망가뜨리고 대통령의 약속을 깨뜨린 참모들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 앞에서는 눈물까지 흘리며 ‘모든 것은 내 탓이오’를 외쳐놓고 청와대의 방송장악에 대해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넘어간다면 그 눈물의 진정성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일선기자들은 물론이고 보도국 간부, 노조 등 KBS의 거의 모든 구성원들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길환영 사장도 사태의 엄중함을 깨달아야 한다. 길 사장이 청와대의 ‘분부’를 받들며 KBS를 망가뜨리는 데 앞장섰다는 것은 이미 정설이 됐다. 



그런데도 길 사장은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좌파노조가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 운운하는 생뚱맞은 색깔론까지 꺼내며 사퇴불가를 외치고 있다고 한다. 혹시 ‘별도 명령이 있을 때까지 굳게 자리를 지키고 있으라’는 청와대의 지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죄과가 더욱 커져간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