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TV 수신료(시청료)를 올려받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KBS 이사회는 현재 월 2500원인 TV 수신료를 월 4000원으로 인상하는 조정안을 야당추천이사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여당추천이사들만으로 전격 의결했다. 수신료는 이사회에 이어 방송통신위원회 의결을 거쳐 국회 승인을 받도록 돼 있어 이 과정에서 KBS 공영성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정치 공방이 일 것으로 보인다.
KBS 수신료는 1981년에 책정되어 32년간 변동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공공·민간 부문을 통틀어 이렇게 장기간 묶여 있는 요금은 없다. 방송제작환경은 급변하는데 수신료는 제자리이다 보니 공영방송이면서도 상당부분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경영 구조가 돼 있다. 광고의존도가 높으면 시청률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방송의 공익성은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수신료를 얼마간 올리는 대신 전체 수입에서 광고 비중을 낮추겠다는 KBS의 계획은 그래서 원칙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원론이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최소한의 국민 신뢰를 얻고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논리다. 작금의 KBS는 보도의 공정성이나 운영의 독립성면에서 모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처럼 정권에 불리하다 싶은 뉴스는 축소 외면하고 그 반대는 확대 보도하며, 정권에 쓴소리하는 인사에게는 방송출연 기회를 뺏기도 한다. ‘정권의 나팔수’라는 비난까지 듣는 이유다.
길환영 KBS사장이 수신료 관련 기자회견에서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출처 :연합뉴스)
KBS가 수신료 인상을 추진한 것은 물론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과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에도 이사회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했으나 번번이 불공정 시비에 걸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편파보도라면 그때에 비해 결코 나을 게 없는 지금 무슨 염치로 같은 사안을 다시 꺼내들었는지 KBS에 묻고 싶다. KBS 노조에서도 노보를 통해 회사 측에 ‘수신료 인상 말할 자격 있나’라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가. 내부에서조차 공감하지 못하는 것을 국민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더구나 이번에는 KBS에서 줄어드는 광고를 종편으로 돌려 종편에 특혜를 주겠다는 정부의 속셈마저 깔려 있다.
TV 수신료는 방송법에 근거를 두고 징수하는 준조세다. 전기요금에 합산하는 방식이어서 납부 여부에 관한 소비자 선택권도 보장돼 있지 않다. 당연히 국민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KBS가 진정한 국민의 방송이라는 평가를 받기 전까지 수신료 인상을 거론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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