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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기자메모]출연자 물의 대처, 일관성 없는 KBS

“이 프로그램은 11월8, 9일에 녹화된 내용입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많은 양해 바랍니다.”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은 지난 24일 방송분에 이 같은 자막을 띄웠다. 불법 도박에 연루된 이수근의 출연 장면에 대해 양해를 구한 것이다. 17일 방송분에도 이 같은 자막이 나왔다. 이수근의 불법 도박 혐의가 알려진 것은 지난 10일이다. 제작진이 이런 자막을 달면서까지 방송을 내보내야 했던 이유는 뭘까. 


녹화시점, 방송일정, 방송에서 이수근이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했을 때 그의 출연 분량을 덜어낸다면 정상적인 방송이 힘들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불가피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KBS2 <해피 선데이 - 1박2일> 시즌2 출연자들 (출처 :경향DB)


2010년 불거졌던 MC몽 사건을 떠올려보자. 당시 MC몽은 고의 발치에 따른 병역 기피 논란에 휩싸였다. MC몽은 병역 기피 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했고 추후 재판을 통해 그의 병역 기피 혐의는 무죄임이 입증됐다. 그런데도 <1박2일> 제작진은 논란이 불거지자마자 “아직 검찰의 판단이 나지 않았지만 국민 정서를 반영해 편집했다”고 설명하며 그의 출연분을 삭제했다. 반면 이수근은 억대의 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그 역시 도박 사실에 대해 인정했다. 그런데도 방송에는 그가 출연한 장면이 그대로 나왔다. 시즌2 종료와 맞물려 하차하는 심경까지 방송되면서 그의 하차는 ‘명예로운 퇴진’으로 마무리됐다. 제작진은 “이번 촬영분은 2년간 지속된 시즌 2 멤버들의 마지막 촬영이라는 특수성이 더해진 데다 프로그램의 성격상 특정 출연자를 안 보이게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해명할 뿐이다. 


형평성에서 생기는 의문은 이뿐이 아니다. 마약 투약 혐의로 방송에서 하차했던 배우 주지훈은 현재 MBC 등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지만 여전히 KBS는 그의 출연을 불허하고 있다.


KBS는 내부 규정으로 형사사건 입건, 구속, 집행유예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자 등에 대해 사안에 따라 방송 출연을 제한하고 있다.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을 방송에 출연시키거나 편집하는 것은 방송사의 재량 범위에 있다. 그렇지만 그 기준은 누구나 납득할 만한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박효재 대중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