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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옴부즈만]불산사고 등 재난보도 심층적 접근을

지난 9월27일 발생한 구미불산사고를 다룬 경향신문 보도를 살펴봤다. 구미불산사고와 관련한 경향신문의 보도는 총 16건(사진보도 제외)이었다. 칼럼·사설을 제외한 기사를 내용별로 분석해보니, 사고개요, 정부정책, 원인분석, 피해상황 등으로 나눌 수 있었다. 경향신문은 이번 구미불산사고를 수많은 사건·사고 중 하나인 것처럼 보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위기관리 관점에서 재난보도의 4대 기능으로 요구되는 ‘예방-대비-대응-복구’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재난보도를 하는 데 있어 언론은 재난 상황을 전달하는 정도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재난 발생 후 피해 증가를 막기 위한 역할도 언론의 역할 가운데 하나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사후약방문’격의 대처를 다룬 경향신문의 보도가 조금 뒤늦게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가 추석연휴 직전 일어나 지면을 발행하지 않는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불산가스 누출 사고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대피해 있다. (출처; 경향DB)


 물론 사고발생 직후 초기보도에서 정부대응을 다룬 기사들이 없지는 않았다. 경향신문은 연휴 직후 10월3일자 기사 ‘가스유출 5일째 주민 수백명, 두통 구토 치료’에서 피해상황과 함께 전문가들과 환경단체의 정부 대책에 대한 의견을 다뤘지만, 정부의 허술함을 짚는 기사는 따로 볼 수 없었다. 5일자 기사에서도 ‘구미 가스 유출 1주 만에 합동조사단 파견 결정>에서 정부의 무능함’에서는 정부의 파견 대책을 보도하는 데 그쳤다. 8일자 1면에 실린 기사 ‘불산 누출피해 열흘 넘도록 정부는 없었다’에서야 정부대책의 미숙한 대책을 중점적으로 전달했다.

 

정부는 우왕좌왕한 채 신속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독성 화학 물질 관리와 화학 물질유출 사고 발생 시 대처매뉴얼 등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던 탓이 커 보인다. 경향신문은 10일자 ‘불산공포’ 확산… 산단마다 비상‘ 기사에서 구미불산사고 직후 울산, 포항, 여수 등 다른 산업단지 들의 유독물 점검 실태를 다뤘다. 구미불산사고 발생이후 산업단지의 위험상황을 주목해 보도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했다. 하지만 경향이 ’불산 누출 업체 3년 전에도 사고…노동부, 안전교육·점검 한번도 안해’등의 기사를 통해 유사한 산업재해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처럼, 산업 전반의 유독물 관리 시스템 등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후속보도가 필요해 보인다.


화학 물질을 관리하는 관계자들 역시 사고가 발생하자, 엉뚱한 대책을 내놔 2차, 3차 피해를 확산시켰다. 하물며 보통사람이 불산이 유출된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정확히 알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전문적인 영역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공포분위기가 순식간에 조성될 수도 있다. 구미불산사고 이후, 인터넷에서는 ‘불산의 위험’과 관련한 일반인의 견해가 올라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트위터리안들은 정부의 안일함을 질책하며 이글을 리트윗했다. 하지만 글쓴이의 전문성, 내용의 사실관계 등에 관한 논란이 이어지며 글쓴이는 블로그에 올린 글을 삭제했다.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것은 독성물질이라는 불리는 불산의 위험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고 수습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도 크지만, 정확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알려줘야 하는 언론 역시 사고발생 그 자체에만 집중해 불산의 위험도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불산 사고의 피해 반경이 어디까지인지, 지하수 등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없는지 등 사고지역의 불산의 전파범위에 관한 보도 역시 찾기 힘들었다.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관련 전문가들과 환경단체 등을 통해 불산의 정확한 위험을 다룬 보도가 필요해 보인다.


아무리 큰 사고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잊기 마련이고 사고의 위험에 대해서도 무감각해진다. 하지만 피해지역의 주민들의 고통은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지만 한순간에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등 독성물질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보상책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더군다나 경향이 ‘구미는 지금 사고업체 인근 노동자 6500명 피난도 못가고 공포’라고 보도한 대로 위험상황에 방치된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고 한다. 재난은 이미 일어났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위험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게다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정부의 안일한 조치가 계속해서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책임소재를 밝히라고 말했지만, 담당관계 부처의 명확한 해명을 듣기는 어렵다. 국민의 안전이 걸린 문제고 자칫하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앞으로 이번사고와 같은 산업재난이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구미불산사고의 피해지역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화학 물질 사고에 대비한 예방, 대응책에 대한 경향의 보도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