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칼럼+옴부즈만

[옴부즈만]‘노동 없는 대선’ 기획, 해법 제시 미흡

윤송이 | 이화여대 사회학과 4년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대선의 가장 중요한 정책 이슈는 경제민주화라고 할 수 있다. 한쪽에서는 경제민주화가 의미조차 모호한 말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라는 말의 의미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어떤 방식으로든 경제가 민주화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현재 경제민주화 논의는 재벌개혁에 집중되어 있다. 언론 역시 재벌이 개혁되면 마치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인 양 재벌개혁 논의에만 천착해 왔다.


하지만 분명 재벌개혁 말고도 경제민주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다. 그런 점에서 13일 경향신문에 실린 ‘노동 없는 대선’ 기획에 주목했다. 경향신문은 그날 1면 톱기사로 ‘노동 없는 대선… 누구를 위한 경제민주화·복지인가’를 배치해 대선 정책에 ‘노동’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노동 없는 대선’ 기획은 1면 기사와 별도로 2개 면에 걸쳐 총 4개의 기사를 통해 노동 없는 대선 정국을 다뤘다. 기획은 대선 후보들의 노동정책 분석, 노동계 현장 반응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노동 없는 대선’ 기획은 가려져 있는 문제를 정면으로 의제화한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언론이 대선 캠프의 발표에 따라 ‘경마식’으로 정책을 보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경향의 기획은 대선 후보들이 내놓는 의제에 이끌려 따라가지 않고 주도적으로 이끌어갔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경향신문은 대선 후보들의 정책을 분석하며 공약들이 ‘노동문제의 구조적 개선을 위한 본질’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경향신문의 이번 기획에서도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대선 후보 정책 평가를 제외하면, 지지 후보 없는 민주노총, 조직적 지지가 부족한 노동자 대선 후보 등 노동계의 현재 문제 상황을 전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경향신문은 민주노총, 한국노총, 김소연 노동자 대선 후보 등 노동계 간부들의 목소리를 별도 기사로 전했다. 노동계 현장의 목소리를 강조해 전한 것은 노동 없는 대선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4면에 함께 실린 노동계 문제를 다룬 기사와 차별적인 내용이라 보기 어려웠다. 경향신문이 제기한 ‘노동문제의 본질’에 대해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전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노총 지도부 만난 문재인 (출처: 경향DB)


경향신문은 ‘노동 없는 대선’ 기획을 보도한 다음날 사설 ‘천막과 철탑에 노동자 두고 대선 치르려는가’에서 구조적 해결책으로 ‘노조 조직률 강화’ ‘노동운동 활성화’ 등을 언급했다. 그러나 기획기사가 보도된 후 구조적 문제의 해법에 대한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노동 없는 대선의 원인과 그 해법과 관련한 후속보도가 이어져 노동문제에 대한 관심을 이끌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아직까지 ‘경제민주화 = 재벌개혁’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경향신문 역시 ‘2012 대선 후보들의 경제 생각’ 시리즈의 두 번째 ‘경제민주화’ 편에서 ‘재벌개혁’ 문제를 집중해 다뤘다.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노동정책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할 테지만, 노동과 경제민주화, 복지의 연결고리에 대해서 쉽게 떠올리지는 못하거나, 그 연결고리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노동과 경제민주화, 복지의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독자들에게 더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노동의 주체인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노동자들은 노동 없는 대선 정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장 시급한 노동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노동계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등 현장의 노동자들, 평범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전달될 때 정치권이 제대로 된 노동정책을 내놓는 데 영향력을 더욱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빈곤 대물림을 끊자’ 기획이 ‘기업의 새로운 실험’ 편을 마지막으로 12일 끝났다. ‘빈곤 대물림을 끊자’를 통해 이미 알고 있던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현실을 다시 직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업의 새로운 실험’ 편에서 국내 기업의 빈곤 대물림 탈출 지원책의 내용으로만 끝난 것은 의아했다. 우리 사회에서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빈곤 대물림 끊기의 핵심 주체는 기업이기보다 정부여야 한다. 기업은 경향신문이 언급한 함께 나서야 하는 ‘각계각층’ 가운데 하나여야 하지 않을까.


빈곤 역시 경제민주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 지금껏 부각되지 못한 ‘노동’ ‘빈곤’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경향의 계속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