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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옴부즈만]유권자 ‘정치 식견’에 도움이 될 만한 이슈와 정책 분석·해설 기사 생산을

김춘식 | 한국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chunsik@hufs.ac.kr


안철수 후보와의 인터뷰(16일)에서 그가 사퇴를 선언한 다음날(24일) 사이에 필자가 가장 주목했던 기사는 경제면에 실린 ‘2012 대선 후보들의 경제생각’이라는 기획기사였다. 


이 기획기사는 복지정책(증세, 주거복지), 양극화 해소(경제민주화), 성장과 분배(일자리, 가계부채), 재벌개혁(경제민주화,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보수세력과 진보세력 사이에 뚜렷한 정책적 입장 차이를 보이는 경제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경제 이슈는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 평가에 사용된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경향신문이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선정한 13대 의제(19일)에서도 모두 상위에 위치했다. 결과적으로 주요 경제정책에 대한 세 후보의 입장 차이를 비교하여 설명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 하지만 1면이나 종합면보다는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는 경제면에서 다룬 것은 아쉬웠다.


분석 기간 내내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두 캠프 간의 입장과 갈등이 1면 톱을 차지했다. 21일자 1면 ‘뉴스분석’에서 작금의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는 유권자의 논리적·이성적 결정에 도움이 되는 단서를 제공하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서로 다른 토론회의 답변과정에서 두 후보가 물 마시는 장면이 담긴 커다란 사진을 기사 중간에 게재하고, 3·4면에서는 협상 쟁점과 이에 관한 양측 캠프의 갈등을 후보와 관계자의 발언을 빌려 공방식으로 보도했다. 지면 편집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경향신문의 비판적 접근법을 뚜렷이 드러냈다기보다는 오히려 일관성이 결여되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대목이다. 


유권자가 배제된 정권교체 차원의 단일화 논의는 후보들이 그리는 ‘미래의 대한민국’과는 거리가 멀다. 단일화 논의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경향신문은 두 캠프의 입장을 평가할 수 있는 해석의 틀을 제공했어야 했다. ‘야권 후보 적합도’ 혹은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 경쟁력’을 묻는 방식의 여론조사는 정치세력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며 유권자의 정치참여를 정권교체라는 틀 내에 머무르게 한다. 단순한 통치세력의 교체보다는 시민 참여 정치시스템 구축과 같은 상위의 가치 틀로 단일화 논의를 조명하는 보도가 필요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 부재자 신고하는 유권자 (출처: 경향DB)


선거 한 달을 앞두고 대선 결과를 좌우할 선택 기준 세 가지(정권교체, 경제민주화, 정치혁신)를 제시했다(19일 5면). 후보와 캠프 관계자보다는 유권자의 평가적 의견 반영이 필요했다. 유권자가 대선 결과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가령, 그동안 경향신문이 가장 주목한 경제민주화는 경제개혁을 넘어 정치개혁을 이루기 위한 방법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민주화=재벌개혁’이라고 인식하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 판단기준으로 제시한 경제민주화, 정권교체, 정치개혁 방법론 논의에서 유권자에게 도움이 되는 분석과 해설을 충분히 제공했는가를 되돌아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언론이 유권자의 관심 의제를 설정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선거 캠페인에서 미디어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요즘 언론의 의제는 후보의 의제일 가능성이 높다. 후보와 캠프는 언론을 모니터링해서 여론을 판단하고 유권자들이 주목하는 의제에 공명하는 공약이나 정책을 전략적으로 제안한다. 득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후보의 입이나 캠프의 발표에 의존해 선거 뉴스를 생산하는 출입처 관행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언론은 후보가 약속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강연회, 저서, 언론보도에 나타난 후보의 발언, 선출직 정치인으로서의 법안별 투표 의사결정 전력, 캠프에 합류한 정치인들의 정책 노선, 과거 유사한 법률에 대한 소속 정당의 입장 등을 토대로 약속의 실현 가능성을 진단하고 예측하는 심도 있는 검증 보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 기자회견 내용을 토대로 후보별 차이를 비교하고 박근혜 후보의 입장이 시기별로 어떻게 바뀌어왔는지를 비판적으로 조명한 것은 적절했다(17일). 언론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때 유권자가 반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주주의 언론은 정치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촉구하고 ‘식견 있는 유권자’를 양성할 공적 책무가 있다. 일반적으로 식견 있는 유권자들 간의 활발한 정치 대화는 언론, 특히 신문의 보도내용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지금과 같은 지지율 중심의 여론조사 혹은 판세분석은 민심을 정확히 반영할 수 없고, 정치 대화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적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은 과거의 경험, 논쟁의 대상이 되는 이슈에 대한 주목, 주변 사람의 의견 탐색 및 평가 등을 거쳐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유권자가 필요한 이슈 및 정책을 분석하고 해설하는 뉴스를 생산해야 한다. 유권자는 정치가 자신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식할 때 비로소 정치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