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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옴부즈만]안철수보다 지지자들 요구에 초점을

언론에서 시선은 매우 중요하다. 관점에 따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보도의 문제 대부분은 국민을 선거의 주체로 바라보지 않고 관객이자 설득해야 할 객체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다. 선거를 정치세력들의 경주로 이해하거나 진영논리로 사고하면 선거의 주체를 후보들과 정치세력들로 인식하기 쉽다. 하지만 선거의 본질은 국민이 주권행사를 위해 정치적 대리인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선거의 주체는 국민이며 후보는 선택받는 객체인 것이다. 주체를 객체로 전도한 시선으로는 사안의 본질과 근원, 그리고 대안을 찾아내기 어렵다.


 안철수 후보의 사퇴와 관련한 경향신문의 보도에도 국민을 객체화하는 시선이 일정수준 존재한다. 안 후보가 사퇴하자 경향을 비롯한 언론의 보도는 그의 결정이 향후 대선레이스에 미칠 영향에 관한 전략적 논의에 집중됐다. 이러는 동안 안 후보를 지지했던 국민들은 지면으로부터 소외되어 갔다. 선거를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과정이라는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언론은 선택대상을 잃은 안 후보 지지자들의 정책적 요구를 분석하고 이를 대변할 방법부터 찾는 것이 옳다. 하지만 후보가 사퇴하자 그 많던 지지자들의 요구도 하루아침에 지면에서 사라졌다.


경향이 연재하는 “경향선정 13대 대선의제”에서 안 후보 지지자였던 사람들의 요구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후보가 물러났다 해서, 그의 지지층이 사라지는 것도, 남은 후보들에게 자동으로 수렴되는 것도 아니다. 안철수의 지지자들을 문재인의 지지자들과 동일시할 수 없다면, 우리 국민들이 80년대식 민주 대 반민주 수준의 이분법으로 나뉘기 어려운 다원적 이해를 표출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이해한다면, 그들의 정책적 요구는 반드시 대변되어야 한다. 나아가 다원화된 사회의 다양한 요구와 이해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방안을 숙의할 필요가 있다.


경향을 포함한 언론의 관심은 안 후보 지지자들을 각 후보 진영이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선레이스에 초점을 맞춰 국민들을 대상화하는 것이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정치인들이 재편한 선거의 틀에 따라 다른 수준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결코 자연스러울 수는 없다.


안철수 캠프 현수막 철거 (출처: 경향DB)


경향은 안 후보 지지자들보다 안 후보의 행보에 초점을 맞춘다. 안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지원할 것인지 여부와 지원한다면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집중한다. “안철수, 정권교체 외면 어려워 문재인 고전하면 지원 나설 듯”이라는 기사는 안 후보에게 문 후보를 지원하라 종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안철수가 움직이면 지지자들도 움직일 것이라는 가정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안철수는 여전히 주인공이며 유권자들은 그의 움직임을 뒤따르는 객석의 대중인 셈이다. 언론이 국민을 생각한다면 안철수를 통한 설득에 초점을 맞추어 국민을 대상화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안철수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했는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경향은 “안철수의 정치실험”에 관한 기획기사를 연재하며 그가 사퇴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려 했다. 그의 실패에 대한 분석은 정치발전을 모색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이 기사도 안 후보를 포함한 정치권을 주체로 인식하는 맥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는 현상분석의 옳고 그름을 떠나 분석의 깊이와 대안제시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무소속 후보의 한계를 설명하면서 정당의 본질과 기능에 관한 내용보다는 조직력과 자금력, “구태 정치” 등 기성정당의 현실정치 능력에 초점을 맞췄다. 기성정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정당이 권력투쟁을 위한 수단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국민의 관점에서 본다면 정당은 국민주권을 구현하기 위해 민주주의 역사가 만들어 낸 정치결사이다. 안철수의 실패는 ‘문제 있는 정당’과 ‘정당의 본질 및 기능’을 분리해 생각하지 못하고 정당 자체를 비난함으로써 자신을 지지한 국민들을 정치 주체화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국민 시선으로 단일화 과정을 숙고한 기사도 있다. “결선 투표제는 정치 혁신” 보도는 다원화된 사회를 설명하고 결선투표라는 해결책을 제안한다. 안철수의 사퇴는 형식적 민주주의의 극단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가 선거라는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통과해야 할 관문은 어이없게도 여론조사였다. 신뢰도, 오차율, 질문내용에 따라 극복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는 방법을 국민의 선택을 제한하는 도구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결선투표는 주권자가 선택한다는 민주주의 원리를 실현하려는 노력이다.


서울로 잠시 돌아온 안철수 교수는 “앞으로는 무슨 일을 할 때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지지해주시는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국민이 주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의미라면 언론도 반드시 갖추어야 할 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