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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옴부즈만]‘투표율 높이기’ 구체적 제안을

정일권 |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에 대한 특검팀의 수사와 관련한 기사는 사실에 대한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정보의 제공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경향신문의 관련 기사에서는 기자의 추측에 근거한 내용들이 등장해 독자의 판단을 강요하는 점이 아쉽다. 5일과 6일자 기사에서는 특검의 조사 기간 연장여부가 이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고, 김윤옥 여사에 대한 출국 전 조사는 청와대와의 조율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9일에는 특검 출범 전의 수사가 청와대의 눈치를 본 검찰의 의도된 ‘부실수사’였다고 주장했다. 이런 전망과 주장은 현 정부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려 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실제로 그렇다면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근거를 제시할 수 없다면 이런 전망이나 주장을 기사화해서는 안된다. 수사의 방향과 계획을 소개하고 수사를 위해 필요한 절차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렇게 언론이 제공한 정보와 이후의 수사상황을 연결시켜 독자들은 청와대의 협조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정보를 바탕으로 한 추측과 전망은 기자가 아니라 독자의 몫이다.


 경향신문은 “나도 투표하고 싶다”는 제목 아래 현행 제도의 틀 안에서 투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매일 한 사람씩 소개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투표를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투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참여가 중요하고 이런 참여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가 투표라는 점을 생각하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고민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지 투표하지 못한 사연을 소개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된다. 이런 사연과 더불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안하는 기사가 함께 실려야 한다. 소개된 사연을 보면 현재 문재인, 안철수 두 대선 후보가 주장하는 투표시간 연장방안이 투표율 증진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소개된 대부분의 사연은 시간을 연장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투표일 이전에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사전투표제를 도입하거나 투표일에 근무시간 중 투표를 위해 자리를 비우는 시간을 직장에서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소개하고 이런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적, 사회적 비용이 무엇인지를 해설하는 기사를 빠른 시간 내에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투표시간 연장 촉구하며 우산 드는 시민들 (출처 : 경향DB)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원전 부품이 납품되어 영광원전 5·6호기가 가동 중단에 들어간 사태를 보도한 기사는 사실 관계 규명에 필요한 정보를 충실하게 다루고 합리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특히 6일 기사에 함께 실은 원전 시설에 대한 그림은 이번 사태가 원전의 안전성에 미칠 영향력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 그리고 7일자의 ‘원전 부품 안전의 진실’이라는 제하의 기사는 이번에 드러난 문제의 심각성과 이런 문제의 원인을 상세히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다만 8일자에선 품질검증서 위조 여부 확인 작업이 직접 해당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서면으로만 이뤄져 문제라고 지적했는데 이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 내용이었다. 품질검증서라는 서류의 위조여부를 조사하는데 왜 현장조사가 필요한 것인지, 현장에서 무엇을 보면 위조여부를 알 수 있는지 보다 상세한 설명이 필요했다.


대선 관련 보도에서는 늘 정책공약을 다룬 기사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아직도 이와는 동떨어진 기사가 눈에 띈다. 5일자에서 대선 후보를 배출한 대학들의 반응을 보도했는데 이 내용이 어떤 측면에서 기사 가치를 가지는지 의문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늘 유력한 후보자가 있어왔던 서울대를 제외한 두 대학 서강대와 경희대를 위한 홍보성 기사로 이해될 소지가 크다. 대선은 국민을 위한 민주적 절차이지 특정 학교 동문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다.


정책공약을 다룬 기사도 단순히 후보자 캠프에서 설명한 정책의 내용과 취지를 소개하는 데 머무르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 정책공약에 대한 분석, 즉 비용대비 기대효과 그리고 실현 가능성, 사회 구성원별 손익 등을 바탕으로 정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통해 유권자들이 정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정책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기사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분석이 어려울 경우는 유사 사안에 대한 후보자들 간 공약의 차이를 비교하는 기사가 필요하다. 이런 종류의 기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이런 비교 기사의 경우 특정 후보자에게 편향적이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