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이 | 이화여대 사회학과 4학년
그야말로 네거티브 전쟁이다. 여야 모두 네거티브·흑색선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양쪽 모두 상대편이 네거티브 공세를 펼친다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그간 두 후보 진영이 벌인 행태를 보면 양측의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지켜졌다고 동의하기는 어렵다. 대선 국면에 본격 접어들면서 여야 모두 네거티브 수위를 높였다.
경향신문은 지난 1일 ‘옷, 의자, 안경’ 등 신상털기식 네거티브 전략이 난무한 채 정책논쟁이 사라진 선거판을 ‘막장 드라마 수준 선거전’이라고 비판했다. <‘박, 3년간 정장 133벌. 문, 안경·의자 명품…, 생트집 대선’>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유사 사무실에서 인터넷 댓글 달기’ 등의 사건이 불거지면서 양측의 네거티브 공방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의 네거티브 전략이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사안마다 네거티브와 검증의 경계를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양측의 공세는 더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정치권의 네거티브 공방이 유권자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대부분의 언론은 양측의 네거티브 선거 공세를 중계하며, 네거티브 전략이 ‘누구에게’ 유리할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언론에서는 네거티브 공세를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어야 하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쟁의 중심에 있는 두 후보 진영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만 충실할 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명동에서 마련한 '돈선거·네거티브 선거 추방 캠페인' (출처: 경향DB)
경향신문 역시 ‘국정원 개입 의혹’, ‘댓글 알바’ 등의 사건이 터져 나온 이후, 양측의 공방을 전했다. 이와 관련한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경향신문은 댓글 알바 사건의 경우 14일 금요일 1면 톱기사로 <새누리 ‘댓글 달기’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배치했다. 다음날인 15일 토요일에도 1면 톱기사로 <선관위, 새누리 불법 ‘댓글 알바’ 검찰 고발>과 선관위 직원들이 증거물을 들고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가는 사진을 지면 상단에 배치해 사건의 중요성을 드러냈다. 보통 토요판 1면에는 시의성 있는 기사보다 기획기사가 실렸던 점을 생각하면 경향이 이번 사건에 무게를 두고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양쪽의 공방을 중계하듯 전하는 모습은 다른 언론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15일자 2면에 실린 기사 <박·문 초접전 판세에 막판 네거티브 공방>에서 양측 관계자의 공방 내용을 전했다. 같은 날 1면 하단 기사 <박근혜 “흑색선전과 전면전”… 댓글알바는 언급 안 해, 문재인 “국정원 정치 정보 수집 기능 폐지” 개혁안 발표>에서 박근혜 후보의 흑색선전 전면전 기자회견 내용과 함께 문재인 후보의 반박입장을 다뤘다는 점에서 차별적인 내용으로 읽히지 않았다.
후보 당사자가 아니라 관계자들의 말을 전했다는 점에서 내용 자체는 달랐다. 하지만 양측의 날선 공세가 매일같이 전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보도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최종적인 판단은 기사를 읽는 유권자의 몫이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정치면에서 매일같이 후보들의 동정과 그들의 발언 그리고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전해지고 있다. 네거티브 선거 전략이 시민들을 선거에 참여하게 할 수도 있다. 반대로 네거티브 전략이 정치에 대한 냉소와 염증을 높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언론이 네거티브 전략을 바라보는 태도는 어때야 할까. 설사 네거티브 전략이 많은 이들을 정치참여로 이끈다 하더라도, 언론은 정쟁으로밖에 볼 수 없는 네거티브 공방만큼은 강도 높게 비판해야 하지 않을까.
선거철이 되면 언론의 경마식 여론조사 보도 역시 항상 논란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은 관행처럼 경마식으로 여론조사를 중계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 13일에 실린 기사 <부실 여론조사에 경마식 보도… ‘대선 민심’ 왜곡시킨다>에서 여론조사의 허점을 짚었다. 여론조사 결과를 쉽게 수용하는 유권자들이 각성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사였다.
하지만 14일자에 실린 <박·문 지지율 오차범위 내 혼전… 수도권·부동층에 승패 달렸다> 기사는 경향이 13일자 기사에서 지적한 ‘응답률’, ‘표본’ 등의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기사로 경마식 보도라 볼 수는 없었지만, 경향이 지적한 여론조사 보도의 한계점만큼은 충실히 보완해 전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날 경향신문이 다뤘던 부실 여론조사 관련 기사를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대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막판까지 네거티브 공세는 그칠 것 같지 않다. 후보 진영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도 중요지만, 혼탁해지고 있는 선거판에 대한 경향신문의 보다 냉정한 시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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