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칼럼+옴부즈만

[옴부즈만]선거보도 비판적으로 되돌아봐야

김춘식 |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지난주 경향의 수많은 기사 가운데 몇 건의 기사에 더 주목했다. 먼저 <2030대 50의 ‘세대갈등’ 토론>이었다(25일자 1·6면). 말풍선에 담긴 집담회 참가자들의 의견을 보면 2030세대는 과거사인식과 경제민주화(복지 포함)를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았고 50대의 경우 우리 사회의 ‘좌편향현상’과 보편적 복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토대로 지지후보를 결정했다. 경향은 기획기사에서 50대는 진보세력에 대한 불안과 회의(22일), 참여정부의 실패(24일), ‘고도성장’을 이룩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25일)를 기준으로 투표의사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특히 25일 2면의 기획기사 <50대는 왜 투표장에 몰려갔나 ③그냥 박정희·박근혜가 좋아서>는 50대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은 다름 아닌 ‘신뢰(trust)’였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신뢰라는 개인적 자산이 유권자로 하여금 손실보다는 이득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케 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같은 세대의 유권자들에 비해 너무나 강한 정치적 성향을 지닌 집담회 참가자들(보수시민단체대표, 보수시민단체연합회사무총장, 경제민주화2030연대대표)과 기사에 인용된 몇몇 유권자들의 말들이 소속 세대의 집합적 의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경향의 보도에 따르면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50대의 투표의사결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독립변인이 아니었다. 기사 내용으로만 평가한다면 50대는 2030세대와 달리 지난 5년간 국정을 책임졌던 집권여당 즉 새누리당(전신인 한나라당 포함)의 정치적 책임을 묻지 않은 셈이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정당은 대표-책임의 연계를 가능케 하는 핵심 조직이자 메커니즘이다(최장집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25일자 31면). 그런 맥락에서 정당의 책임을 묻는 대신 후보자 개인의 특성이나 배경을 더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간주한 50대의 선택은 어떻게 해석되어져야 할까? 언론은 정치환경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는가? 후보자 개인의 특성 및 배경 관련 요소들은 언론에 의해 어떻게 조명하고 묘사되었을까? 언론이 선거라는 정치적 현실을 제대로 묘사하기는 했는가? 후보의 동선을 좇고 정당의 선거캠페인 전략을 중계하고 네거티브 캠페인을 공방식으로 보도하는 선거뉴스 생산관행으로 인해 이러한 요소들이 소홀히 다루어진 것은 아닐까? 이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통해 선거과정에서 언론이 유권자의 정치적 판단에 도움을 주는 유용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했는지를 비판적으로 조명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2030세대와 50대의 집담회 참가자들이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경향DB)


둘째, 당선인의 인사에 관한 기사들 또한 많은 관심을 끌었다. 경향의 논조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극우 논객’ 윤창중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의 수석대변인 임명 소식에 대한 비판적 논조는 당연하다(25일 3면 톱기사). 사회구성원 간 갈등을 부추기는 글을 써 온 자를 그 자리에 앉힌 것은 대통합을 강조한 당선인의 입장에 배치되는 인사로 해석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기자의 주관적 해석을 최대한 배제한 채 객관적 사실만을 토대로 비판한 접근법 또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반면 첫 인선을 표면적으로는 전문가형 발탁과 친박근혜계 배제라는 원칙이 적용된 결과라고 해석한 기사(25일 3면)는 전언형 술어(예, ‘~라는 후문이다’)를 여러 차례 사용했다. 기자의 입장이 강하게 드러났다. 익명의 취재원 입을 빌려 윤창중 수석대변인 임명은 언론인 출신이 갖는 전문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한 관점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저널리스트가 지녀야 할 자질을 갖춘 인물이 아니라 정치인이 원하는 언론인상(象)에 부합하는 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었다.


셋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기능을 설명하고 바람직한 역할을 주문한 기사들(24일 3~5면)은 유용했다. 지난 정부 인수위원회 출신 인사들의 조언을 전하는 기사의 제목(“탕평인사와 분명한 목표가 중요”)은 매우 함축적이었다. 인수위원회 활동에 대한 대통령 당선인의 바람과 기대를 짐작하게 하는 단서를 제공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맥락에서 같은 날 5면에 실린 기사의 제목(박근혜, 인수위 인선 몰두…위원장에 호남인사 등용 가능성)은 부적절했다. 모든 언론에서 거론한 ‘호남인사 등용=국민대통합’이라는 프레임을 반복했다. 상징적 의미보다는 구체적인 방법론 논의에 더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 경제민주화를 ‘공정한 경제’(이한구 원내대표 표현)로 한정지으려는 일부 인사들의 발언과 이를 둘러싼 보수 내 갈등에 높은 뉴스가치를 부여한 것도 아쉬웠다. 대선의 핵심의제인 경제민주화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사회정의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해석되어 국민대통합과도 무관하지 않다. 경제민주화 개념의 정교화와 이의 실천방안을 논의하는 ‘마당’ 역할을 하는 전문가 대담이나 일련의 기획기사 연재를 통해 경제민주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