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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옴부즈만]예산안 처리 문제 ‘제도’에 주목을

정일권 |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지난주 경향신문 기사들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한 것은 국회의 예산 처리와 관련된 내용이다. 예산안이 최종적으로 2012년을 넘겨 처리된 경위, 복지예산의 증가와 국방예산의 삭감, 국회 예결위 소속 의원들의 졸속 처리 과정과 이후의 부적절한 외유가 주요 내용이었다. 이 뉴스 중에서 제주 해군기지 예산안의 원안 확정 과정을 다룬 기사는 예산안 통과를 반대한 민주통합당 일부 의원들의 주장과 이들의 주장에 반대하는 야당 내 다른 의원들의 의견을 소개하여 독자들이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판단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국방예산 삭감과 관련해 구체적인 항목에 대한 분석을 다룬 기사는 세부 예산 항목별로 내용을 충실히 설명하고 예산안에 대한 갈등의 배경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는 점에서 좋은 기사라고 생각한다. 특히 기획기사를 통해 군 관계자들이 염려할 정도로 예산 삭감 규모가 크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삭감된 구체적인 내용들이 차세대 전력강화 사업 중 문제가 되었던 사업과 관련되어 재검토가 요구되는 사안이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은 독자들이 이와 관련된 사회적 갈등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반면에, 예결위 소속 의원들이 예산안을 비공개로 부실하게 처리했다는 지적은 타당하지만 문제의 원인을 제도보다는 개인에게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 예결위 소속 의원들의 문제는 매년 되풀이돼 왔다. 따라서 예결위 소속 의원들이 특별히 더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 오히려 어떤 의원들도 예결위에 들어가면 문제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그렇다면 문제의 원인은 개인의 품성이나 자질이 아니라 예산안을 처리하는 방식 즉 제도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경향신문도 “심사과정 공개해야 ‘쪽지 예산’ 사라진다”(1월3일자 1면 종합) 기사에서처럼 제도적 보완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결론을 예결위 소속 위원들이 왜 마감에 임박해 밀실에서 비공개로 쪽지를 참고해 처리했는지에 대한 문제와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예산안 처리가 끝나자마자 나 몰라라 외유를 떠나는 예결위 소속 의원 개개인도 문제고 제도도 문제다’는 식으로 두 개의 문제를 병렬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예산안을 부실하게 처리하고 국민이 낸 세금으로 사치 관광성 해외출장을 떠나는 행위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그런 행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개인의 품성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해외출장 규정에 문제점을 짚는 기사가 돼야 한다. 


이번에 재확인된 예산안 부실 처리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으면 독자들은 몇몇 의원들을 비난하고 성토해 분을 삭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어느 누가 앉더라도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제도와 관행을 고치는 데 관심을 갖도록 하는 기사가 바람직하다.


군복무 규정 위반 혐의로 지탄을 받고 있는 가수 비, 정지훈 상병도 같은 경우이다. 기사는 가수 비가 일반 사병에 비해 더 많은 휴가와 외출, 외박의 혜택을 누렸고 이 기간 중 모자를 쓰지 않고 사적인 일을 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군인으로서 지켜야 할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기에 비난받고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지훈 상병이 가수 비가 아니었어도 이렇게 비난받았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상병 정지훈을 비난하기에 앞서 연예인들이 입대할 경우 그들에게 소위 연예사병이라는 직무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한지 제도의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한다. 사회에서 광고 한 편당 수백만원 이상의 출연료를 받던 사람을 군복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월 10만원을 지급하고 같은 일을 하도록 요구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 또한 그렇기에 연예사병들이 다른 혜택이 없이 군복무 중에 군 관련 영화나 광고에 출연하거나 노래를 부를 이유도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휴가와 외출, 외박은 최소한의 대가로 주어졌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이런 대가만을 받고 기꺼이 이 일을 해준 연예사병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문제의 핵심은 군홍보를 위해 연예인 출신들에게 이 직무를 맡기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다. 장기 복무 장병들 중에서 일부에게 홍보 특기를 부여하고 이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켜 이 일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 연예사병에 대한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보다 훨씬 나은 방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제도가 가진 한계로 인해 개인이 저지르게 되는 문제에 언론이 너무 가혹하게 비난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독자들이 잘못을 저지른 개인에 대해 분노하는 대신 제도의 맹점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기사를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