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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종편 “여론 왜곡, 해악” “사회 통합 저해”… 이념·정치 편향이 가장 문제

종편 “여론 왜곡, 해악” “사회 통합 저해”… 이념·정치 편향이 가장 문제

 


언론학자들의 종합편성채널 평가는 ‘쓴소리’가 앞섰다. 언론·방송학자 48명이 ‘종편 2년’에 대해 매긴 점수는 0점부터 80점까지 다양했으나, 진보·중도·보수 성향을 떠나 평균적으로 낙제점(45.23점)을 매겼다. 점수가 박한 최대 이유로 학자들은 ‘이념·정치적 편향’을 꼽았다.

 

0점을 준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여론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뒤흔든 미국 폭스TV보다 해악이 훨씬 크다”며 “일반 콘텐츠뿐 아니라 보도의 질도 형편없이 낮아지면서 언론환경을 나쁘게 만드는 한국 언론의 암세포”라고 혹평했다. 




10점을 매긴 문종대 동의대 교수도 “방송의 공공성과 뉴스의 공정성을 전혀 실현하지 못하는 편파·편향 방송”이라고 말했다. 30점을 준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다양한 특혜에도 불구하고 방송산업이 성공하지 못했고 대다수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진다”고 했고, 40점을 준 차재영 충남대 교수는 “정치적 선정주의에 빠졌고 싸구려 프로그램이 양산됐다. 분명 종편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는 그다지 도움되지 않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비교적 좋은 점수를 준 학자들도 종편이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체로 공감했다. 60점을 준 김균수 전남대 교수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선정·편파성이 심하고 콘텐츠 다양성이 결여돼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JTBC <뉴스9>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65점을 매긴 윤태진 연세대 교수도 “한국의 방송 발전에 거의 기여한 바 없다고 생각하지만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이를 즐겨보는 시청자군이 있다는 점과 JTBC가 일말의 기대를 보여줬다는 점 두 가지 때문에 낙제점수를 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가장 높은 80점을 준 강남준 서울대 교수는 “종편이 굉장히 성공했다고 본다”며 “지상파의 시청률이 떨어져나간 것은 종편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종편이 방송·미디어 발전에 기여한 정도를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64.6%(31명)가 ‘기여하지 못했고 기대도 낮다’고 답했다. 22.9%(11명)는 ‘기여하지 못했지만 향후엔 기대해볼 만하다’고 했고, 6.3%(3명)만 ‘기여했다’를 택했다.

 

현재 종편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절반인 24명이 ‘이념·정치적 편향’을 꼽았다. ‘보도채널화’는 22.9%(11명), ‘정치프로그램 과잉’과 ‘선정·자극성’은 각 8.3%(4명), ‘재방송이 많다’는 2.1%(1명)였다. ‘문제가 없다’고 답한 학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념·정치적 편향’을 지적한 심재웅 숙명여대 교수는 “(종편에서) 방송의 기본적인 역할을 망각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이념적 편향성이 심한 경우를 보게 된다”며 “특정 정파만을 위한 방송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진로 영산대 교수도 “종편의 활로는 보수 편향적 보도”라며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여론 다양성과 균형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전문성이 낮은 패널이 등장해서 정보에 기반한 분석이라기보다는 거리방담 수준의 흥미성 토의가 전개되고 있다”며 “선정적인 정치 매거진과 토의들이 정치를 희화화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도채널화’가 문제라고 꼽은 채백 부산대 교수는 “제작비 절감을 이유로 정치 평론가를 불러다가 좌담하는 형식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때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타’ 의견을 낸 김승수 전북대 교수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거짓말을 하면서 사실보도를 미루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