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종합편성·보도채널 사업자로 선정된 언론사에 심사 결과를 미리 귀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언론사들이 선정 사업자 명단을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식 발표 전에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면서 절차의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방통위 양문석 민주당 추천 상임위원은 31일 “청와대가 (심사 과정에) 개입했다는 아주 불쾌한 흔적이 어제 저녁과 오늘 오전에 나타났다. 현직 상임위원도 모르는 내용이 청와대에서 흘러나왔다”며 “이것은 청와대가 종편 사업자 선정에 깊이 개입했고, 사업권을 승인받은 언론에 생색을 내려 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청와대 모 수석의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 위원은 사업자가 공식 발표되기 전인 이날 오전 10시쯤 자신의 블로그에 “예비 사업자 한 곳이 오늘 아침 전화를 걸어와 ‘청와대 모 수석으로부터 어제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곧바로 블라인드 처리했다.
양 위원은 “블로그 글을 본 모처에서 전화를 걸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해 일단 블라인드 처리를 했다”며 “종편 사업자 4개,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1개로 결정된 것을 해당 상임위원도 아닌 다른 이들이 먼저 알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양 위원은 항의의 뜻으로 이날 오전 11시 종편 사업자 선정 건을 의결하는 전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심사를 통과한 사업자 명단이 사전에 유출됐다는 정황은 발표 전날부터 감지됐다. 중앙일보는 지난 30일 기자들에게 ‘종편 선정 관련 축하모임 오후 3시’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중앙일보 측은 “일단 모이라고 한 것일뿐 심사 결과를 미리 통보받은 적은 없다. 한국시리즈 결승전도 미리 플래카드를 준비하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발표 당일 오전에는 조선·동아·중앙일보 기자들을 중심으로 ‘조·중·동과 매일경제가 선정됐다는 말을 들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총점은 중앙, 조선, 동아, 매경 순’이라는 구체적인 사실까지 발표 전에 알려졌다.
양 위원은 “종편 사업권을 1곳에 주면 정책이지만 2개 이상이면 정략”이라며 “당정청이 합의해서 사업자 선정을 밀어붙였다. 이는 저널리즘과 미디어 시장에 대한 반동”이라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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