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구 MBC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52·사진)는 6일 “MBC의 뒤를 이을 후배들을 2명씩이나 해고하다니 가슴이 찢어진다”며 “내가 받은 정직 3개월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 행동이 이로울 것인가, 해로울 것인가를 따지기보다는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로 판단했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 앵커는 이날 서울 여의도 MBC 방송 스튜디오가 아닌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만났다. 그동안 인터뷰를 사절해온 그는 “앵커직을 그만둔 것은 더 고생하는 후배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BC사측은 전날 인사위원회를 열고 파업에 동참한 최일구 앵커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조치를 내렸다.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직을 사퇴한다는 것은 지난 2년간 공정보도를 하지 못한 빚을 갚고 스스로를 단죄한다는 생각에 내린 결정입니다. <PD수첩> <뉴스데스크>는 할 말을 못했고 제대로 된 뉴스를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독선적인 정권이 대중을 이긴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등을 돌린 시청자와 마주보려면 제대로 된 뉴스를 만들어야만 합니다.”
최 앵커가 총파업에 참가하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1월 중순 무렵이다. MBC 기자협회가 파업 찬반 투표에 나서고 후배들이 취재현장이 아닌 방송사 로비바닥에 앉은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이 컸다고 했다.
지난달 19일 1시간짜리 주말 뉴스데스크를 8분 만에 끝마친 그는 “이렇게 방송을 해야 하나”며 절망감이 컸고 보직 부장 3명이 파업에 가세하자 힘을 실어주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2주 전 마지막으로 주말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던 날 마음 속으로 ‘시청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조용히 사무실로 올라와 준비해온 가방에 짐을 쌌습니다. 공정보도를 요구하며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선 기자들과 PD에게 징계라니 도저히 납득이 안갑니다.”
그는 “25년을 취재해온 기자로서 시청자의 곁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게 가장 아프고 죄송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보직을 사퇴하던 날 “힘내세요”라는 시청자들의 응원 메시지와 인터넷 댓글에 가슴 뭉클했다고도 했다.
그는 “MBC의 주인은 사장이 아니라 시청자인 국민”이라면서 “시청자가 뉴스를 바로잡으라고 했고 그래서 마이크를 내려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자들과 울고 웃으며 소통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다시 마이크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루 속히 파업을 끝내 방송이 정상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앵커는 <주말 뉴스데스크>를 두 차례 맡았다. 2003~2005년에 이어 2010년 11월부터 최근까지 1년6개월씩 3년가량 진행했다. 특히 그는 뉴스 진행 도중 촌철살인의 풍자로 이목을 끌었다.
<개그콘서트> 최효종 사건 때는 “정치인이 풍자개그맨 고소해서 진짜 개그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도 풍자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고소하냐고? 오바하지 않는다. 우리? 아직 멀었다”고 했다.
2008년 선거 개표방송 때는 “밤이 늦었지만 아직 자면 안된다. 눈을 뜨고 지켜봐야 국민이 무섭다는 걸 알고 정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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