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은 7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사장 자리를) 지키는 것이 명예”라며 사장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김 사장은 이날 “총파업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의사가 없느냐”는 이사진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김 사장은 앞서 오전에 열린 임원회의에서도 “관에 들어가지 않는 한 물러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오후 2시간가량 진행된 이사회에서 MBC 총파업 현안 보고와 최근 불거진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김 사장은 앞서 지난달 1일과 22일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는 노조와 충돌이 생길 수 있다며 불참했다.
김 사장은 이사들이 파업 사태 해결 방안을 묻자 “불법파업이기 때문에 계속 강경 대응하겠다. 이번에 노조가 권력화된 MBC 문화를 바꾸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또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보직을 사퇴한 간부 사원들에 대해서는 “(회사와 노조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양다리를 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회사도 싫고 노조도 싫다’고 말했다”며 MBC 파업이 노조가 주동한 ‘정치파업’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김 PD는 “그런 말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번 파업을 지지하고 동의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사들이 지난 2년간 법인카드 6억9000만원을 사용한 경위와 자료를 요구하자 “자료가 너무 방대해 제출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바꿔 차경호 기획조정실장에게 자료 제출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법인카드는) 모두 업무를 위해 썼다. 방송사 사장이 돈을 내니까 모두들 신선해 했다. 그래서 협찬도 많이 따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앞서 열린 임원회의에서도 이번 파업에 강경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MBC 노조는 “김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이번 파업에 동참해 보직을 사퇴한 자리는 아예 없애고 남아 있는 간부들을 우대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또 “김 사장이 ‘전 사원의 프리랜서, 연봉제 도입’을 거론한 뒤 예능과 드라마는 100% 외주로 제작하고 기자들은 계약직으로 바꾸겠다. 앞으로 MBC 공채는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김 사장이 방문진 이사회에서 거짓과 뻔뻔함으로 일관했다”며 “MBC 구성원을 돈과 자리로 옭아매겠다는 야욕을 과시한 만큼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MBC 측은 “드라마의 100% 외주제작은 있을 수 없고, 기자직을 계약직으로 바꾸겠다는 게 아니라 수시로 인력을 뽑겠다는 얘기”라며 “노조가 밝힌 것은 사실이 아닌 만큼 해명할 가치조차 없다”고 말했다.
방문진은 오는 14일 이사회를 다시 열고 MBC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방문진 한상혁 이사는 “김 사장은 예상한 대로 MBC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자질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자화자찬과 변명으로 일관한 김 사장이 물러나는 것이 사태 해결의 정답”이라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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