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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박신양씨, 아름다운 모습 보여주면 좋겠어요.

김승수 성균관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하 한예조)소속 연기자들이 미지급 출연료 44억원을 지급하라며 드라마 촬영거부에 돌입하던 지난달 초, 배우 박신양은 2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2007년 5월 SBS에서 방송된 드라마 미니시리즈 ‘쩐의 전쟁’의 주인공으로 출연 첫 주 2회 방송 만에 시청률 20%를 넘어서 상대사 드라마들을 한방에 제압하여 월화시간대를 2달 동안 그 드라마의 직접광고만 15초에 약 1350만원하는 광고 28개를 완판하여 편당 약 3억 8천만원, 총 76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기여하였다.

 그가 드라마 한편에 받은 출연료는 4천5백만 원이었고 외주 제작사가 방송사로부터 받은 제작비는 9천만 원, 한 사람의 출연료가 전체 제작비의 반을 차지하는 이러한 기형적 구조는 외주드라마제작사의 만성 적자내지 도산으로 넘어가는 근본 원인이 되기도 한다. 드라마는 작가 연출가 제작자의 몫이 아무리 중요하다해도 시청자인 소비자들이 만나는 것은 배우이기 때문에 스타 몸값이 이 분야의 최고를 기록하는 것이 글로벌 시장의 논리라서 그가 얼마에 계약을 했던 시비를 걸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이 계약서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08년 7월 ‘쩐의 전쟁’ 제작사를 박신양이 고소하면서다. 이 작품은 박신양이 대표로 있는 회사와 공동제작으로 되어있다. 계약서에서 ‘쩐의 전쟁’은 “방송횟수를 16부 혹은 20부로 하며, 연장 방송 시 출연료는 본 계약 제5조(회당 4.5천만원)와 동일한 조건으로 지급한다”고 명기되어있다. 그런데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하며 16회가 임박하자 계약서는 날라가고 연장방송을 하자는 방송사의 요청을 해결하는 수순으로만 치닫게 된다. 주인공의 동의 없인 4회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걸 아는 박신양은 편당 4천5백만 원에서 1억7천5십만 원으로 인상해 주는 추가 계약서를 요구하였고 방송사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하는 제작사는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 그의 출연료는 1.7억 원, 미화 약 14만 달러가 되어 아시아는 물론 헐리우드에서도 랭킹에 들 정도로 최고값이 되었다. 그는 방송이 끝나고 마지막 4회 연장 출연료의 미지급액인 3억4천백만원과 개인 프로듀서 인건비 3천9백6십만 원을 합친 3억8천6십만 원을 지불 못한 공동제작사를 상대로 소송 1심 2심 모두 이겨 ‘쩐(錢)의 전쟁’에서 ‘영웅’이 되었다. 소장에 의하면 그는 전용 개인 프로듀서는 물론 매니저 코디네이터 스케줄러 운전사 미용사 간호사 경호 등 개인 스태프들의 인건비 출장비 주유비 조차도 제작사에게 부담시켰고, 촬영 현장에서의 카메라 리허설 때에는 전용 프러듀서를 대신 내보내 이런 전례가 없는 우리 드라마 제작관행에서 상대역을 맡은 선배 원로 연기자들을 당혹·분노케 하였다.

 
 한예조가 드라마 촬영 거부를 하게 된 계기가 된 미지급 출연료 44억 원은 350명의 배우들이 2년 동안 못 받은 출연료이고 방송사가 벌어들인 회당 직접광고 완판액의 약 절반에 해당하나 박신양에겐 26회 출연료에 불과하다. 하필 외주제작 20년의 모순과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출연료 미지급금 해결하라고 동료 연기자들이 촬영을 거부하던 날 그는 법적 소송에서 승자가 되어 2년만에 나타나 화려하게 ‘초심으로 돌아가 연기에 전념하겠다’고 하니 “돈 때문에 한 맺힌 남자! 돈에 복수하려다 돈의 노예가 된 남자의 세상을 향한 절규!(‘쩐의 전쟁’ 홍보문구)”를 보는 듯하다.


 그의 새 드라마 출연은 법적으론 아무런 하자가 없으나, 업계 정서로 한 회당 출연료 1억 7천 5십만원은 과했으니 미지급 된 많은 동료 선배 연기자들과 스태프들에게 피해를 준 점부터 사과하고 출연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에서 스타니스랍스키를 정통으로 배워온 그의 카리스마 연기를 기대하는 많은 팬들과 스타급 남자배우가 귀한 업계에 좋은 선례를 남기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