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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KBS를 넘어 연대와 소통의 길 넓혀나가겠다 - KBS 새노조 전태일 언론상 수상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제18회 전태일 노동상을 받았다. KBS본부는 지난 7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금속노조충남지부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함께 수상했다. 전태일 노동상 선정위원회는 “KBS는 KBS본부 조합원에게 부당인사와 징계 등의 보복과 불이익을 가하며 탄압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파업대오를 지켜냈다”며 “KBS본부는 KBS가 정권용 방송으로 되어가는 동안 냉소와 침묵, 굴종에 사로잡혔던 KBS내부 구성원들에게 공영방송 KBS의 가치를 회복한 든든한 지지대가 되었고, KBS의 공영성과 공정성을 살릴 건강한 견제세력으로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선정위원회는 “노조결성 과정과 투쟁, 그리고 성과는 전태일노동상 선정기준인 ‘희생성과 헌신성, 조직성, 투쟁성, 노동운동과 민중에게 끼친 기여도, 노동운동에 미치는 교훈과 발전전망에 가장 부합한다”고도 했다.

 “상의 무게나 의미를 볼 때 영광스러우면서도 우리가 받을만할 자격이 있는지 송구스럽고, 또 죄송한 마음입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엄경철 위원장은 제18회 전태일 노동상 수상에 대해 “새노조가 출범한 지 1년도 안돼 상을 받았다”며 “전태일 노동상이 새노조가 나아갈 방향타를 설정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엄경철 KBS 새노조 위원장이 지난7일 노동자대회에서 전태일 노동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서성일 기자

 지난 7월 KBS본부는 ‘KBS노조를 살리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전면 총파업에 들어갔다. 해고와 중징계를 각오한 파업이었다. 정권 홍보에 앞장선 KBS는 관제방송 비판을 받으며 ‘(이명박 정권의)김비서’라는 시민들의 비아냥과 조롱을 받던 시기였다. 50명으로 시작한 KBS본부는 파업 기간 800명을 거쳐 지금은 1000명에 이를 정도로 구성원들을 결집했다. KBS파업은 ‘개념파업’으로 불리며 시민들의 호응도 함께 얻었다.

 난항 끝에 사측과 잠정합의한 ‘공정방송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하는 단체협약안 마련은 KBS본부 출범의 성과다. 자료 제출 요구권, 관계자의 출석진술 의무화와 함께 공정방송 정신에 반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는 문책심의와 보직사퇴 권고 등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단협안은 노조 위원장과 KBS 사장과의 공동 서명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엄 위원장은 “그간 구성원들이 공정방송의 뜻을 따지고 관철시키려는 틀이 없었다”며 “이번 단협으로 강제적·제도적 틀이 만들어져 애초 파업과 새노조 출범의 취지와 뜻을 펼칠 장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최근 KBS는 주요20개국정상회의(G20) 과잉 보도로 다시 정권 홍보 시비에 올랐다. KBS본부는 G20 보도와 관련, ‘더 이상 기자, PD를 정권홍보 도구로 전락시키지 말라’는 성명 등을 내며 내부 비판과 감시를 지속했다.

 엄 위원장은 “앞으로 공정방송위원회를 통해 부당한 지시와 방송을 시정할 수 있게 돼 회사도 한번 더 생각하고 조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큰틀에서 아직은 KBS가 KBS안팎으로부터 비판받는 본질적 잘못을 수정하고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힘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엄 위원장은 “내부의 견제와 비판도 중요하지만 공영방송 KBS를 움직이는 힘은 결국 외부에서 나온다”며 “KBS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시민사회 단체와 세력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KBS가 변화할 수 있도록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엄 위원장은 “그간 KBS노조가 사회적 연대와 소통을 스스로 차단하면서 고립돼 화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며 “KBS만의 문제를 넘어 언론노조 차원의 미디어정책에도 함께 하며 소통과 연대의 길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