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도입 왜 중단해야 하는가’ 긴급토론회가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야당측)와 민주당 문방위원회 주최로 9일 국회에서 열렸다. 시민사회와 학계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 여당의 종편 일정 밀어붙이기의 부당성과 미디어법의 허구를 비판했다. 몇몇 참석자들은 정부 여당을 성토하면서 ‘종편 선정 이후’ 추가 특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사회를 맡은 강상현 연세대 교수는 “신문법·방송법 등 언론법의 위법 논란에다 (종편 논의·내용이) 완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 여당이 그냥 밀어붙여 여기까지 왔다”며 “언론법을 날치기 통과시켰던 1년 반 전을 돌아보면서 당시 정부여당과 시민사회 중 누구 말이 옳은가를 재평가할 시기”라고 말했다.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발제에서 “한개든 두개든 종편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도입되는 한, 국내 콘텐츠 산업은 엄청난 부작용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며 “현 정권이 지상파방송을 장악하기 이전에는 대항마를 키우겠다는 차원에서, 장악 이후에는 그 필요성이 반감됐음에도 정권 유지에 혁혁한 기여를 해온 특정 신문에게 보은하고 정권 재창출에 동원하려는 차원에서 도입하겠다는 ‘나쁜 정치 논리의 집대성’이 바로 종편채널”이라고 말했다.
조 총장은 또 “방송통신위원회는 언론법을 밀어붙일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국내 콘텐츠 산업 글로벌 수준화, 방송 다양성 제고, 시청자 선택권 확대 등을 종편의 정책 목표로 포장하고 ‘종편 만병통치약’처럼 선전하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 등의 발언을 보면 한나라당 조차도 이런 논리들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음에도 방통위가 계속 허황된 논리를 붙잡고 있다”고 말했다.
조 총장은 “특히 (정 의원은)일자리 2만개 창출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닫고 있고, 스마트TV 등을 언급하며 종편채널이 구시대의 유물로 규정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당시 언론장악 입법 기도 역시 구시대의 유물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창현 국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을 ‘권위주의적 상업주의’로 규정했다. 이 교수는 “이 정부는 언론자유 억압, 사장 해임 등 공영방송 인적통제 같은 권위주의와 함께 방송의 공공성을 없애면서 자본친화적 상업주의로 만들려고 했다”며 “결과적으로 진보와 비판 여론을 해체, 억압, 소멸시키고 보수 일색의 여론을 확대재생산하는 구조의 제도화를 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종편 논의는 진보·개혁 세력의 재집권을 막으려는 전체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KBS이사인 이 교수는 “지금 수신료는 공영성·독립성 강화, 재정 부족을 독립변수가 아니라 KBS2TV 광고 폐지 등의 종속 변수로 되어 있다”며 “종편의 종자돈을 위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인상안이라 국민들이 동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 관련 사안은 미디어의 논리대로 해야 한다”며 “정치로 재단하면 미디어가 망한다”고 말했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인터넷 1만 양병설을 말했는데, 또다른 자기 세력을 줄세우려는 것”이라며 “인터넷의 부정적 여론은 대항세력을 키워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 통치행위를 수정할 때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종편 선정 이후 추가 특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양문석 방통위 야당측 상임위원은 “종편채널을 먼저 만들고 KBS수신료를 인상해 KBS2광고를 빼 종편 종자돈으로 주고, 지상파 사이에 종편을 위한 황금채널을 주고, 패키지 광고상품을 허용하려 하고 있다”며 “미디어랩 규제를 받지 않는 종편이 생기면, 특혜가 덕지덕지 붙은 ‘특혜 덩어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도 “종편 사업자들이 사업 허가권 받고도 종편을 출범시키지 않고 추가 특혜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4대강 사업과 종편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기본적으로 MB 욕망의 산물인데, 전근대적인 걸로 근대적인 걸 뒤엎으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욕망의 산물이기 때문에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종편 선정 이후 시민사회의 전략 수립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 교수는 “이동통신엔 SK가, 민영방송에 SBS가, 위성방송에 스카이라이프가 선정됐을 때 결론은 승자독식인데, 종편은 한곳에만 줄 수 없다”며 “시장규모로 봤을 때 공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수 선정의) 결과는 승자의 저주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승자의 저주를 풀기 위해 종편 선정 사업자들은 추가 특혜 요구를 받아내고, 특수한 방송사업자 지위를 얻어내려 할 것”이라며 “사업자 선정 이후가 더 문제일 수 있다. (시민사회는)특혜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언론법 절차의 위법성을 지적한 것과 관련, “헌재가 위법하다고 확인하고 무효를 선언하지 않은 결정은 헌법불합치와 비슷하다”며 “위법 선언 뒤 무효확인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방통위가)큰 의미를 부여해선 안되며, 헌재의 실체적 결정인 위법확인을 존중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게 합당하다”고 했다. 글 사진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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