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휴직 중인 MBC 김주하 앵커(38)가 해고된 동료를 살리기 위한 1인 시위에 나섰다.
기온이 31도까지 오른 9일 오전 11시40분 김 앵커는 김재철 사장이 해고한 8명 동료의 복직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 한복판 뙤약볕 아래 1시간 동안 서 있었다. 김 앵커는 “선후배가 대량으로 해고되고, 대기발령까지 받았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거리로 나왔다. 양심을 속일 수 없어 서명운동과 1인 시위에 나섰다”고 말했다.
김 앵커는 지난해 11월 둘째 딸을 낳은 뒤 3개월 출산휴가에 들어갔고 내년 4월까지 육아휴직을 낸 상태다. 노조는 그가 출산휴가 중인 올 1월30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그는 “집에서 신문을 통해서 파업소식을 접하며 우는 아이를 달래고 있으려니 갑갑했다. 당장 파업에 동참하고 싶었지만 노조에서 몸도 성치 않으니 괜찮다고 만류했지만 내 역할은 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앵커는 굳은 결심을 한 듯 단호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는 “징계가 두려웠다면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8명 해고자 명단을 가리키며) 이보다 더한 최악의 상황이 어디 있겠냐”고 했다. 또 “해고자들이 복직되지 않으면 우리 모두 돌아가지 않기로 이미 사직결의서를 썼다”고 밝혔다.
MBC가 파업 대체인력으로 1년 시용기자와 계약직 앵커를 채용한 것에 대해 그는 “(MBC기자회 성명서처럼) 동료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공영방송 MBC파업이 6개월 가까이 되고 있는데)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운했다”고 말했다. 다만 “8월(방문진 새 이사교체)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앵커는 인터뷰 도중 옆에서 또 다른 피켓을 들고 서 있는 1인 시위자를 지켜봤다. 그는 “얼마나 간절하면 불볕더위에 1인 시위를 하고 천막농성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서명운동에서 만난 시민들이 ‘무한도전 못 봐도 참겠다’ ‘꼭 이기고 돌아오라’고 하는데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김 앵커는 <뉴스데스크>를 공동 진행했던 권재홍 보도본부장과 여기자 선배인 이진숙 홍보본부장 얘기가 나오자 말을 잇지 못했다. MBC 간판 앵커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가 산후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거리로 나서기까지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내비쳤다.
그는 “(고소·고발과 해고가 난무하는 상황에) 할 말이 없다”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박성호 MBC기자회장(해고)이 1인 시위 현장을 찾아 “육아 휴직 중에 나와줘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하자 그는 “6살 큰아들은 시댁에 맡기고, 생후 6개월 된 딸은 친정에 맡겼다”며 조용히 웃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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