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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정보+보도자료

[MBC 성명] 우리에게도 말할 자유를 달라

MBC가 외부 행사에 참석해 발언한 PD들과 기자를 상대로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3일 사측의 움직임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우리에게도 말할 자유를 달라!

 
실공히 언론사인 MBC가 언론의 자유를 말살하는 작업에 앞장서고 있다. 사측은 최근 PD협회가 주관한 <나는 PD다> 행사에 참석한 정찬형 PD 등 3명과 언론노조에서 주관한 토론회에 참가한 최승호 PD를 상대로 경위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사측은 이에 앞서 ‘반값 등록금’ 촛불 집회에 참석해 헌법상 기본권인 언론, 출판, 집회, 사상의 자유에 대해 발언한 춘천 MBC 박대용 기자에 대해서도 그 경위를 파악할 것을 춘천 MBC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이와 별도로 기자와 PD 등 MBC 구성원들의 외부 강연과 기고, 외부 행사 참여를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사측의 PD에 대한 경위서 요구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이들이 각각의 행사에서 김재철 사장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 즉 김재철 체제 하의 MBC에서 기자와 PD의 제작 자율성에 대한 억압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뿐이다.

그동안 조합에서 수차 밝혀왔고, 김재철 사장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한 것도 바로 이 사실 때문이다. 천하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언급한 것뿐인 데 그 말을 했다는 이유로 이들을 다시 억압하려 하고 있다.

박대용 기자에 대한 경위 파악도 마찬가지이다. 박 기자는 취재를 마친 뒤 근무 외 시간에 자유로운 판단에 따라 전 국민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집회에 참여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에 대해 언급했을 뿐이다.

하지만 사측은 이 행위가 현 정권의 심기를 건드린다고 보고, 경위 파악 운운 하며 기자의 입에 재갈을 채우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이진숙 홍보국장은 이에 대해 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엄중한 중립을 지켜야 하는 언론기관 직원 신분으로서 이런 저런 이해관계에 상충되는 발언을 함으로써 공영방송 MBC 위상에 위해를 끼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물론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시민과는 달리 기자로서 집회 및 시위, 결사 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언론기관의 직원들은 시민과 다르다’. 이 말은 사측의 현실 인식을 정확히 표현한 것이다. 우선 MBC는 언론사가 아니라 정부 기관이나 다름없는 ‘언론 기관’이다. 이 기관에 속한 기자와 PD는 일반 시민과 달라서 중립적인 말만 해야 하고, 집회와 시위도 안 된다.

정말 이게 언론사인 MBC의 입이라 할 수 있는 MBC 홍보국장의 말인가? 언론사 직원들은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를 당해도 ‘침해당했다’는 표현 대신 중립적인 말을 해야 하고, 기자와 PD의 자율성이 억압당해도 ‘억압당한다’는 말 대신 중립적인 말만 골라 써야 한다는 말인가?

따져보자. 기자와 PD의 자율성이 억압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 공영방송 MBC의 위상에 위해를 끼치는 행위인가? 아니면 기자와 PD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사측의 행위가 공영방송 MBC의 위상에 위해를 끼치는 행위인가?

명실상부한 언론사가 언론의 자유에 대해 이런 천박한 인식수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언론의 자유를 소리 높여 외치는 언론사로서 구성원들의 말할 자유를 스스로 억압하고 있는 현실 앞에 그저 할 말이 없을 뿐이다.

언론사의 경영진으로서 한껏 폼을 잡고 싶겠지만 또 한 번 어김없이 드러나는 경영진의 천박함에 구성원들도 몸둘 바를 모를 지경이다.

바로 이런 인식 때문에 김재철 사장은 지금까지 경영진의 의사와 다른 말을 하는 노동조합과 대화를 거부해온 것인가? 경영진은 기자와 PD의 입에 재갈을 채우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전두환 철권통치 시대를 동경하는 당신들의 꿈은 이미 흘러간 몽상일 뿐임을 구성원들이 온 몸으로 깨닫게 해줄 것이다.

  
2011년 6 월 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