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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MBC, 정권 눈치보기 도를 넘었다

최진봉 | 텍사스주립대 교수

공영방송인 문화방송(MBC)의 정권 눈치보기가 도를 넘고 있다. 정권 눈치보기를 통해 연임에 성공한 김재철 MBC 사장은 연임 직후 단행한 인사에서 시사교양국을 TV제작본부에서 편성제작본부로 이관해 경영진 직할 통치 체제 안으로 편입시켰다. 나아가 시사교양국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PD수첩」에 대한 대대적인 손보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한 문제점들을 찾아내 사회에 고발하고, 정부 기관들의 비리에 대한 취재와 보도를 통해 사회적 감시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온 「PD수첩」은 국민들에게는 신뢰를 얻었지만 이명박 정부에게는 그야말로 눈엣가시처럼 여겨지던 프로그램이었다. 이처럼 정권의 눈엣가시였던 「PD수첩」에 대해 정권의 지지를 바탕으로 연임에 성공한 김재철 사장이 대대적인 손보기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번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전격적인 인사 단행은 단지 MBC 내부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공영방송의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요, 언론 자유에 대한 탄압이다.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 정권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통해 정부 기관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국민들을 위해 잘 사용하도록 감시해야 하는 언론기관이 그 기능을 스스로 억압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MBC는 그들 스스로도 늘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듯 공영방송이다. 국가기관이나 경제적 이윤 추구에 얽매여 있는 사업가가 소유하지 않고 국민들이 주인인 공영방송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정권이나 광고주 눈치 보지 않고 국민들의 입장에서 방송을 제작하고 내보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던 김재철 사장이 임명된 이후 MBC는 방송을 국민들의 입장에서 제작하기보다는 정권의 눈치를 보는 데 더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PD협회와 언론연대 등 30여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8월 18일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PD수첩> 결방을 규탄하고 방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번 PD 수첩 인사는 결방 수준이 아니라 아예 보도의 싹을 잘랐다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MBC 시사교양국의 한 PD는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MBC에는 비판 프로그램을 질식시키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고 밝혔다. 내부적으로 시사교양국 PD들이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아이템을 올리면 경영진으로부터 기각당하는 것이 다반사이며, 우여곡절 끝에 제작이 이루어진다 해도 방송이 나가기 직전 회사 내 심의위원회를 통해 프로그램 변경 압력을 받게 된다. 운 좋게 방송이 나가게 되면 국가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징계를 가하고, 회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징계를 빌미로 제작진을 또다시 징계하는 구조가 비판 프로그램을 질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언론인들은 조직에 의해 언론인으로서 해야 할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언론 탄압이고 이러한 언론 탄압은 결국 국민들의 눈과 귀를 틀어막는 행위이다.

언론 자유가 탄압을 받으면 민주주의는 그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정치권력이 정권의 안전을 위해 언론 자유를 억압하게 되면 민주주의 체제는 흔들리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된다. 따라서, 이제 국민들이 나서 언론 자유를 지켜내야 한다. 그동안 「PD수첩」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시사 고발 프로그램으로 어느 정권에서나 국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처럼 감시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온 대한민국의 대표 감시견(watchdog) 「PD수첩」이 지금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우직하고 충성스러운 감시견이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게 이제 주인인 우리가 나서 위기로부터 보호해 주어야 한다. 감시견의 보호는 곧 우리의 권리를 빼앗으려는 세력으로부터 우리의 권리와 주권을 보호하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