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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종편 실체 알리고 왜곡보도 감시”-민언련 정연우 대표

 
[단비인터뷰] 언론노조와 모니터 나선 민언련 정연우 대표

양호근 엄지원 기자  hgyang1024@naver.com

종합편성채널(종편) 방송국들이 지난 1일 동시에 개국하면서 ‘보수 신문’으로 꼽히는 <조선> <중앙> <동아> <매경>의 목소리가 방송으로 확장됐다. 각각 <TV조선> <JTBC> <채널A> <MBN>으로 간판을 단 종편 방송들은 아직 낮은 시청률로 고전하고 있지만 강한 정파성을 가진 이들 방송이 향후 총선과 대선 과정 등에서 여론왜곡을 주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종편 반대 운동을 펼쳐온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과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이 지난달 29일 ‘조중동 종편 공동모니터단’을 만들어 활동에 나섰다.

<단비뉴스>는 민언련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세명대 정연우(광고홍보학과) 교수를 지난 12일 충북 제천 세명대 연구실에서 만나 ‘조중동 종편 공동모니터단’의 출범 배경과 활동 계획 등에 대해 물었다. 정 대표는 “조중동 종편의 왜곡보도, 특정 이념적 편향을 감시해서 국민들에게 종편의 실체를 알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연우 대표. ⓒ양호근

- ‘조중동 종편 공동모니터단’은 어떻게 탄생했나.

“민언련과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등 4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3월 ‘조중동 방송 저지 네트워크’를 결성해 종편 방송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한나라당이 (조중동을 위해)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미디어법을 강행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재투표 논란이 있었고, 과정의 정당성 문제가 불거졌다.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신문과 방송을 동시에 겸영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새로운 콘텐츠 시장이 열리고 미디어 시장이 개방된다며 국민들을 현혹했다.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앞장서서 조중동 종편을 개국시켰다. 그래서 우리는 조중동 종편이 얼마만큼 방송 시장을 망가뜨리는지, 민주주의의 기반을 허무는지 감시하기위해 ‘조중동 종편 공동 모니터단’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민언련이 중심이 되어 하려했는데 언론노조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같이 하자’고 제안해 공동으로 추진하게 됐다.”

- 조중동 종편 공동모니터단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조중동 종편의 왜곡보도, 특정 이념적 편향을 감시해서 국민들에게 종편의 실체를 알리는 게 목적이다. 물론 조중동 뿐 아니라 <매일경제> 계열의 <MBN>도 모니터 대상이다. 우리는 종편이 잘못된 여론을 형성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 우선은 보도나 다큐멘터리에 대한 모니터링이 많을 것이다. 모니터 결과는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회에 알릴 예정이다. 조중동 종편이 한국 언론을 망가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전문가와 국민들 사이에 높다. 조중동 종편 방송 개국 후 조중동과 나머지 언론과의 전선이 형성됐다. 보수적인 논조를 유지하던 신문방송사조차 종편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기도 한다. 민언련은 오랫동안 언론모니터활동을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종편의 방송내용을 철저히 분석할 것이다. 시민단체가 많은 인력을 동원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현재는 10명 정도가 모니터링 업무를 맡고 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달 29일 '조중동 종편 공동 모니터단'을 출범했다. ⓒ민언련

- 종편이 방송을 시작한 지 약 2주가 됐다. 지금까지의 방송 내용을 모니터링해본 결과는?

 “종편은 (한 연예인의 사생활이 담긴) ‘A양 동영상’이나 (방송인 강호동이 고교시절 일본 조직폭력배 행사에 참여했다는 내용의) ‘강호동 조폭 연루 사건’ 등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조중동의 이런 선정적 보도는 나머지 중요한 현안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런 것들이 결국 현실문제에 대해 쟁점을 알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저널리즘의 핵심은 권력과 자본에 대한 비판과 감시다. 하지만 종편은 사회적으로 힘을 가진 자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서 (전파를) 쓸 우려가 있다. <TV조선>의 다큐멘터리 ‘공짜의 역습’이 전형적이다. 남유럽의 재정위기를 보여주면서 보편적 복지를 하면 망하는 것처럼 말한다. 부자증세를 막고 복지를 확대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다. 대기업 총수들의 창업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이들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려는 것이다. 재벌이나 대자본의 대변자 역할을 하면서 광고를 받으려는 목적이다. 돈을 받기로 하고 프로그램을 만든다. (앞으로도) 99%의 분노 같은 것은 묵살될 것이다.”

- 종편 채널이 우리사회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

 “광고시장의 ‘파이’는 한정돼 있는데 종편이 개국했다. 결국 광고시장을 넓혀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생수, 분유광고를 허용한다고 한다. 정부가 분유광고를 금지한 지 20년 됐다. (분유 때문에) 모유수유를 덜하게 되면 유아들의 면역력 수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분유광고를 하게 되면 분유가 모유보다 더 좋은 것으로 시청자들을 오도할 수 있다. 국민건강권이 걸린 문제인데 광고를 허용하려한다. 또 광고시장을 넓히기 위해 (각 프로그램의) 협찬광고를 늘릴 것이다. 지금은 방송사들이 협찬을 받는데 엄격하게 규제한다. 자칫 방송이 특정 업체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종편은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라는 언론의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 지난 3월 9일 민언련은 '조중동 방송 저지 네트워크'를 발족했다. ⓒ민언련

- 종편 채널을 긍정적으로 볼 부분은 없는가.

 “만약 종편이 보통 방송보다 훨씬 좋은 의제를 만든다면 당연히 좋게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종편은 시청률을 높여서 광고수입을 늘리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처럼 돈이 많이 드는 좋은 프로그램은 만들지 않을 것이다. 돈이 적게 들면서 시청률이 높은 것은 선정적인 예능프로그램이다. 결국 종편이 공익적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조중동 종편이 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종편의 경우 시간을 때워야할 때 외국의 좋은 다큐멘터리를 사다가 끼워 넣을 수 있다. 나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외국에서 프로그램을 가져다가 방송하는 것은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키고 경쟁을 통해 방송의 질적 수준을 높이겠다는 종편 채널의 개국취지에 맞지 않는다.”

- 종편이 적어도 일자리는 많이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 않나.

 “당장은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길게 보면 자체 제작하는 게 적다. 대부분 경력 피디(PD)들 뽑고, 외주제작을 많이 할 것이다. 지상파에서 경력을 데리고 와서 결국 윗돌 빼서 아랫돌 채우기식이다. 그리고 언론사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입사 자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들어가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들어가서 얼마나 건강한 언론인이 되느냐, 그 회사가 그런 구조를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개별 기자 혹은 피디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언론인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일자리가 얼마나 생길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종편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언론사 취업을) 단순한 밥벌이나 권력획득의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장차 언론인으로서 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 <단비뉴스>는 지난 12일 정연우 대표를 만나 '조중동 종편 공동 모니터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양호근

- 앞으로 종편의 향방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지금까지) 시청률이 낮았지만 원래 처음부터 시청률이 높을 수는 없다. 시간이 갈수록 시청률은 높아질 것이다. 새로운 시청자도 유입될 것이다. 지금은 방송사고도 많고, 완성도도 떨어지지만 한두 달 지나면 나아지지 않겠나싶다. 하지만 이념적 편향성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내년 총선을 노리고 무리하게 개국했다는 말도 있는데 그렇게까지는 보지 않는다. 조중동이 방송을 쉽게 본 게 아닌가 생각한다. 앞으로 종편이 지상파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냐가 관건이다. 조중동 신문을 보는 주 독자층은 40,50대 이상인데, 방송은 20대에서 40대의 연령층이 많이 본다.(시청률이나 시청자들의 구매력을 감안했을 때) 광고주가 지속적으로 광고를 해줄지 의문이다. 연예인들 중에서도 ‘조중동 종편 안티(반대자)’가 생겨나고 있으니 종편 방송사들은 아마 ‘패닉’상태가 아닐까싶다. 조중동도 지금 위기의식을 갖고 있을 것이다. 종편은 3년마다 재가를 받게 된다. 종편이 방송으로서 재기능을 못하고 편향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취소할 수도 있다. ‘종편 공동모니터단’은 종편이 방송으로서 공공적인 기능을 다 하는지 감시하고, 문제가 있다면 국민들에게 실태를 정확히 알릴 것이다.”